청소년 및 청년기에 경험하는 생활환경이 뇌의 통합적 감각기능 및 신경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고립을 겪으면 뇌의 감각처리 네트워크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다양한 감각자극과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을 때에는 뇌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정성권 의대 생리의학교실 교수팀(유태이 연구원)과 한국뇌연구원 및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태관 책임연구원, 김길수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생후 4주부터 11주까지 수컷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터널, 회전 바퀴, 둥지 등 물리적 자극과 사회적 교류가 풍부한 환경(Environmental Enrichment)과 △외부 자극 없이 단독 사육되는 사회적 고립 환경(Social Isolation)에서 각각 사육했다.
이후 연구팀은 앞발(forepaw), 수염(whisker), 시각(visual), 후각(olfactory)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순차적으로 가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 각 자극이 뇌 전체에 미치는 영향(activation map)과 감각통합(cross-modal) 반응을 정량적·공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자극과 교류가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생쥐는 고차원적인 시각 및 촉각 처리 능력이 향상됐으며,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 분리도(segregation)가 유지됐다. 감각-운동 통합(sensorimotor integration) 기능도 강화됐다.
반면 사회적 고립 환경에 사육된 생쥐에서는 뇌 전체에서 기능적 연결성 저하 및 네트워크 혼재가 관찰되었고, 네트워크 분리도가 감소됐다. 게다가 후각 영역에서는 비정상적인 과활성(hyperactivity)과 함께 후각 인식 기능의 저하가 동반됐다.
이밖에 연구팀은 휴지기 뇌 연결성 분석(resting-state fMRI), 행동 실험, c-Fos 단백질 발현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한 결과 감각 자극이 국소 및 전뇌 수준의 신경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 변화에 따른 뇌 발달의 재구성 과정도 규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책임자인 이정희 교수는 “환경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중감각 자극 상태에서 촬영한 fMRI 기술로, 뇌의 감각통합 반응을 세계 최초로 실증적으로 입증한 점에서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태관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감각 자극과 사회적 상호작용은 뇌 발달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며 “이번 연구는 결정적 발달 시기에 노출된 환경이 감각 기능은 물론 전반적인 뇌 연결성과 네트워크 통합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성권 교수는 “환경은 다양한 감각 자극과 사회적 교류가 공존하는 복합적 체계이며, 이러한 환경이 뇌 발달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이번 연구가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정희 교수는 “다중감각 자극에 대한 뇌의 감각통합 반응을 fMRI를 통해 분석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향후 우울증, 불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질환의 치료 방향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이 뇌에 미치는 위험성과 함께 감각 기반 중재법 및 후각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정신질환의 예방 및 치료 전략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5.6)에 지난달 31일자로 ‘Differential impacts of social isolation and enriched environment on multi-sensory brain-wide functionality and network segregation’이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