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조기진단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김재학)와 안상훈 의원(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이 공동 주최한 자리로, 희귀질환 조기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희귀질환은 발병률이 낮고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어렵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평균 4.7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방랑’을 겪고 있으며, 조기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생아와 영유아 환자의 경우 조기진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율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위험이 커진다. 이에 해외 여러 선진국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희귀질환 조기진단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토론회에서는 국내 희귀질환 진단 지연 문제를 분석한 삼성서울병원 조성윤 교수와 일본의 영유아 구강검진을 활용한 조기진단 사례를 발표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강정민 교수의 발표가 진행됐다. 또한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가 좌장을 맡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김지영 과장,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혜은 과장 등 전문가 및 보호자들과 함께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김재학 회장은 “희귀질환 환아의 생명은 단순한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 기회를 놓치고 환자와 가족의 삶이 피폐해지는 만큼, 조기진단 체계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안상훈 의원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음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진단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 사례를 참고해 영유아 구강검진 문진항목에 저인산효소증 관련 항목을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환아 보호자들이 직접 나서 진단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증언하며, 조기진단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저인산효소증 환아 보호자는 “유전자 검사와 선별검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현재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진단 이후에도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얻기 어려운 환자가 많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보호자는 “우리 아이는 신생아 검사를 통과했지만, 정작 안저 검사를 받지 못해 중요한 진단 기회를 놓쳤다”며 “진단이 지연된 탓에 결국 시력을 보존하지 못하고 치료의 기회를 잃었다”고 전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은 “진단이 늦어진다는 것은 곧 치료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라며 “저인산효소증, 소아난치성안과질환, 척수성근위축증과 같이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진단이 되지 않아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