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의 까칠 건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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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 강화’ 입법, 과도하고도 보복적인 요소 ‘다분’
입력일 2021-02-22 20:27:21
성범죄 등 흉악범만 아니면 면허취소될 리 없다지만 … 의사들 ‘리베이트’ ‘의료사고 위험’에 전전긍긍

지난해 11월 6일 환자단체와 의료사고 유가족 및 민주당 권칠승, 강병원 국회의원 등이 국회에서 수술실 CCTV 블랙박스 설치,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행정처분 의료인 이력공개 등이 필요하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19일 의료면허 취소 사유 강화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돼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에서 발의했던 8개 의안을 묶어서 대안을 만든 것으로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게 골자다.

사람이 살다보면 선한 의지를 갖고 있어도 뜻밖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예컨대 스쿨존에서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치사 사건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른 바 작년에 입번된 ‘민식이법’의 골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7일 발간한 ‘2020 입법평가 보고서’를 통해 민식이법의 과도한 처벌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정형을 더 낮추고 징역형 전에 ‘벌금형’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때마침 대한의사협회는 차기 회장 선거기간이어서 출마한 회장 후보자들은 선명성 노출 경쟁이라도 하듯 국회를 비난하고 있다. 입후보자 5인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무차별적 징계를 진료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의사들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려는 의료법 개정에 전면 투쟁을 천명한다”고 공동 성명을 20일 발표했다.

경남도의사회는 “의사에게 10년 이상의 학업과 수련을 통해 얻은 고도의 지식산물인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 사회적인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의사단체는 성폭행이나 흉악범죄라면 모르되 모든 범죄에 일관되게 면허 박탈사유를 적용하는 것은 폭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22일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 “지금 면허취소 당한 의료인들 총 310명 중에 의사가 141명, 한의사가 84명, 간호사가 66명으로 한의협과 간호협은 조용한데 왜 유독 의협만 반발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수십만 건의 교통사고가 매년 발생한다”며 “실제 형사처벌 받는 경우는 5% 미만이라고 한다.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해당하는데 과연 그런 경우가 얼마나 실제 있겠느냐. 이것이 과도한 입법이라고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한마디로 이번 입법 움직임이 지난해 여름 이후 의료계 파업에 대한 여권의 보복과 야권의 이해관계(조국 딸 조민 의사면허 취소 노림수)가 맞아 떨어져 빚어질 일로 보고 있다. 의료인 면허를 볼모로 과잉 처벌하려 한다는 게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의협 집행부의 시각이다. 

지난해 여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내 공공의료기관 내 수술실 CCTV 설치를 마치고 민간의료기관에도 이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고 나선 것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 단원을)이 작년 7월 24일 CCTV 설치 의무화를 첫 발의한 것도 이미 의사 권력에 대한 여권의 강력한 견제의 시발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초에 같은 달 말일까지 면허 미신고 의사에 대해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공문을 약 1만2000명의 의사에게 발송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수평점을 획득하지 못해 면허신고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혹한 조치였다. 결국 20일 가까운 공박 끝에 올해 6월까지 정지 처분을 유예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복지부의 ‘괘씸죄’ 적용 시도에 의사사회가 술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의사들의 면허 취소 사유의 확대의 관점을 거칠게 보면 내과계 의사들은 ‘만연한 의약품·의료기기 리베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외과계 의사들은 수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어 강하게 국회 입법을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의 한 약사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정당 몇 십원이라도 리베이트를 더 주겠다고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쓰던 약을 다른 제네릭으로 바꿔 처방하는 의사가 부지기수”라며 “심지어 약사가 약을 대량 현금으로 구입하면서 얻는 3~5%의 약가마진마저 독식하기 위해 이른바 ‘전속도매’를 통해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약국에 강압하기도 한다”고 비난했다. 

전속도매는 한 병의원의 모든 처방목록을 독식해 일방적으로 약국에 의약품을 납품하며 제약사와 협상해 약가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대신 리베이트를 챙겨 의사에게 전달해주면서 자신도 소정의 유통마진을 챙기는 일종의 프리랜서 도매업자를 말한다. 자신이 소형도매를 운영하거나, 대형도매의 이름을 빌어 약을 조달한다. 

외과의사의 의료사고는 연일 계속되는 수술과 피로 누적, 그에 따른 주의력 및 집중력 부족, 술기 연마 미흡, 환자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성격(비뚤어진 인간성) 등에서 비롯된다. 

한 성형외과 의료사고 피해자는 “의사를 찾아가 피해상황을 호소하자 그 의사는 ‘내게 피해본 사람이 어디 한둘인 줄 아느냐. 너도 더 세게 당해봤으면 날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사건은 피해자가 수천만원의 위자료를 받고 해결됐다. 물론 괴팍한 심성의 의사의 한 예이긴 하지만 의사의 ‘살인면허’를 막기 위한 기계적 제어장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회 입법은 과도하며 지나치게 포괄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면허취소를 당해야 할 범죄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게 맞다. 성 범죄, 학내 폭행, 고의성 짙은 의료사고 등으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를 핀셋처럼 끄집어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의사들은 10년 의학공부를 한 덕택으로 경제적으로 윤택하며 엄청난 대접을 받고 산다. 이를 질시하는 사람은 항시 있기 마련이고, 어찌보면 허랑방탕한 정치인들에게 딱 맞는 먹잇감이 되기에 좋다. 이번 입법 움직임을 계기로 외부의 간섭 없이 고도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을 영위하고 싶다면 신독(愼獨)하고 다른 직역과 소통하는 이해심을 갖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호 기자·약학박사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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