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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현금 복지’라 욕하기 전에 더 과감히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입력일 2019-08-07 15:42:32 l 수정일 2019-08-12 10:12:24
복지공무원 증원, 저효율 정책예산 낭비 줄이면 ‘무상 육아’ 보편적 복지 가능

정종호 헬스오 기자
저출산 시대에 대한 경고음은 1990년대 초반부터 울리다가 급기야 1996년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폐기하면서 인식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후 역대 정부가 신경을 썼지만 지금까지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된 노력은 이후 정권들마다 헛발질을 하면서 출산과 양육을 위한 인프라가 개선됐다는 느낌을 정책소비자인 젊은층에게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정책과 관련, 일각에서는 ‘현금뿌리기’식 복지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일과 가정(삶)의 양립’(워라밸)을 위한 성차별 해소, 고용 및 주거 안정, 직장문화 개선 등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거창한 테제를 논하기 전에 근시안적으로만 봐도 ‘현금 뿌리기’ 출산·육아 정책조차 당국이 얼마나 집행에 인색한지 알 수 있다. 이런저런 구실로 정책자금을 지급을 늦추거나 가뭄에 가랑비오듯 ‘생색은 내고 혜택은 체감되지 않는’ 현실이라서 분노를 자아낸다.

우선 작년 9월 21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아동수당만 따져봐도 그렇다. 만 0~5세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일찍이 신청서를 준비했던 다수의 주부들은 당월에 지급받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H씨는 작년 9월초에 일찍이 동사무소에 신청서를 냈다. 담당 공무원은 아직 구청에서 처리지침이 안 내려왔다며 나중에 내라고 했다. 몇번 전화한 끝에 달포가 지난 10월 초순에야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그 후엔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에겐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지침 때문에 이를 걸러내는 행정작업을 지켜봐야 했다. 거의 두 달 넘게 기다려 12월 초순에야 수급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고 그달부터 아동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9월, 10월, 11월 받았을 수도 있는 아동수당을 석 달이나 거른 셈이다. 더욱이 아동수당은 이미 지나간 것은 소급해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고의적인 업무 지연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야는 국회 협상 과정에서 전체 국민 중 소득 상위 10%만 추려내고 나머지 90%에게만 아동수당을 주기로 합의했다. 상위 10%를 솎아내느라 아동수당 지급이 두세 달 지연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하니 ‘상위 10%에게 수당을 안 주기 위한 비용’으로 1467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수당 신청 조사 인력의 인건비(1116~1392명)로 744억원, 직장인이 아동수당 신청하러 주민센터 오가는 데 드는 시간비용(1인당 1~2시간)이 7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했다. 만약 소득 상위 10%를 솎아내지 않고 전 국민에게 아동수당을 줬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연평균 1588억원이었다고 한다.

결국 아동과 그 양육자에게 돌아가야 할 아동수당 예산의 적잖은 돈이 조사인력(복지 공무원) 인건비로 새나가게 됐다. 조사인력이 비정규직이라 해도 지금의 문재인 정부 기조 하에는 정규직이 될 것이고 공무원으로 나라의 녹을 먹게 되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판이다. 더욱이 통계청,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에 상당한 소득 추정 자료가 있고 이를 전산화해 산출할 시스템이 있는데도 굳이 인력을 고용해 이런 조사를 시킨다는 것은 디지털시대에 얼마나 한심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행태인가.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개인이 정부에 제공해야 하는 개인정보의 가짓수가 무려 60가지에 달한 것도 견문발검(見蚊拔劍)의 행정 작태다. 주식보유 현황, 예금·주식 배당액, 거액 보험금 지급 등에 관한 개인정보를 제출하라니 노출을 꺼린 상당수 시민들이 신청을 포기했다. 상대적으로 부촌이었던 서울 강남구(73.4%), 서초구(73.7%), 용산구(80.6%) 등에서 신청률이 낮았던 이유다.

2019년도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내역 ©헬스오
H씨는 또 작년 12월 복직을 앞두고 만3세, 만1세 두 아이의 시간제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나형(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A형(2012년 1월 이후 출생)에 해당해 아기 1인당 시간당 5308원의 보육지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청 직원은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중위소득 대비 가구소득 여부로 지급을 결정하기로, 또 가구소득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나왔음에도 마치 주기 싫은 사람처럼 한참 시간을 끌었다. 

그러나 1시간당 5308원씩 받는 시간제아이돌봄 서비스 보육료도 지난 7월말로 사실상 혜택이 끝났다. H씨의 경우 1년 동안 이 서비스를 720시간 이용할 수 있었는데 1주에 30시간가량 쓰다보니 7개월(명절 연휴 제외하고 약 24주)만에 다 이용해버려 이달부터는 자비로 내고 있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아이돌보미에게 시간당 9650원씩 지급하니 무상 보육기간이 전년도에 비해 더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H씨는 회사에서 중간 간부로 보고서 제출 마감이 임박하면 1주에 하루 이틀은 오후 10~11시까지 야근한다. 하지만 작년 7월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야근비도 못받고 있다. 야근은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근로시간 초과해 근무하는 게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1.24%(2015년 기준)로 G20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저출산 예산은 중앙부처 예산 26조3189억원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4조2813억원 등 총 30조60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수십조가 쓰였다는데 그 혜택은 누가 받는지 모르겠다’는 국민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30조원은 허울 좋은 수치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의 실질적인 올해 저출산 예산은 11조8200억원이다. 작년(10조37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보육서비스료(4조원)이 가장 크고 아동수당(2조9000억원), 양육수당(1조3500억원) 순이다. 

저출산 30조원에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 확대, 난임시술 지원, 과속방지턱·방호울타리 등 어린이 보호구역시설 정비, 청소년 흡연 예방,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설치 확대, 청년 해외취업 촉진, 적성능력중심 교육체계 개편, 신혼부부 행복주택 공급확대 등의 사업 항목이 들어 있다. 대부분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은 정책사업들이다. 

국내서 육아휴직자에게 휴직 전월(前月) 소득에 해당하는 건보료의 40%를 매달 부과하고 있다. 휴직기간에는 소득이 없으므로 면제를 해주든지, 남편의 피부양자로 간주해 건보료를 내지 않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육아휴직 시 급여도 통상임금의 100%(현행 최초 3개월은 80%, 이후 9개월은 50%)로 인상시키는 게 맞다. 2021년부터 모든 취학 전 영유아의 외래진료비를 무상으로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지난해 유치원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2021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발표도 선언에 그치면 안 된다. 

지자체별로 들쑥날쑥한 출산장려금도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 어려운 비 수도권 지역의 지자체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는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 예산이 풍부한 데도 출산장려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노인 표를 의식해 경로당 증설이나 보도블럭 교체, 무용한 도시시설물 개보수 같은 데 돌려버리는 지자체 단체장이 허다한 것은 제재돼야 마땅하다. 

올 태어날 신생아가 30만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포괄적 저출산 예산을 30조원으로 보면 아기 한 명당 1억원이 돌아가는 셈이다. 아이 성장을 전주기적으로 분석해 길게 보고 1억원이 성장 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예산 지급 체계를 정리해봐야 한다. 

애를 낳으면 나라에서 키워준다는 믿음이 심어지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한 사회적 육아 비용 투입이 이뤄지도록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이를 두고 ‘현금 살포성 선심정책’,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출산 관련 현금 복지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기본적으로 결혼을 안 해서다. 요즘 젊은층은 과거 세대에 비해 빈부차와 상관없이 귀하게 자랐고 경제적 뒷받침 없이 자신의 지금 모습만큼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 결혼을 기피한다. 따라서 출산·보육 관련 임금이라도 삭감 없이, 보육비라도 완전 무상에 가깝게 지원해야 애를 낳지 않겠는가. 

저출산 예산 12조원이 많은가, 나아가 포괄적으로 산정했다는 30조원조차도 많은가. 부모의 69%가 지금의 아동수당 수준으로는 자녀 출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도 나온 바 있다. 불필요한 공무원을 뽑아 낭비될 세금만 생각하면 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억장만 무너진다. 무슨 진흥이다, 무슨 촉진이다, 4차산업이다를 내세우며 들어가는 가시적이지도 않고 의례적인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성차별 해소, 직장 괴롭힘 문화 근절이라는 장기적 인프라 구축도 매우 중효하다. 하지만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저출산 관련 ‘현금 복지’ 정책은 더 공학적으로 정교하게 펼쳐져야 한다. 

정종호 기자·약학박사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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