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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밀의료 실현 항암치료 ‘마술사’
입력일 2019-11-22 07:33:53 l 수정일 2019-11-22 16:38:29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NGS검사 활성화 위해 전이성 암 항암제 허가 문턱 낮춰야”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의 항암제 접근성을 높이려면 동정적사용프로그램(EAP) 등 허가 외 사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정밀의료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혁신적인 암 진단기술과 항암제가 나와도 현실성 없는 제도와 규제 탓에 상당수 암 환자에겐 ‘그림의 떡’인 실정입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이상을 진단해 그에 적합한 항암제 등을 맞춤치료하는 ‘정밀의료’ 시대가 열렸다. 정밀의료는 질병 진단·치료·예방 등 전 의료 과정에서 개인의 고유한 유전정보, 환경요인, 생활습관을 고려해 최적의 옵션을 제공한다. 이 중에서도 의료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유전자검사다.


검사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의 도입으로 난치성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환자 예후와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전자 이상이 발견돼도 특정 암에 대한 적응증이 허가되지 않거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속절 없이 방치되는 환자가 적잖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17년 3월 NGS 유전자패널검사에 건강보험 적용, 환자 본인부담금이 50%로 줄면서 연간 7000건이 실시되는 등 유전자검사 접근성이 대폭 높아졌다”며 “하지만 검사 결과를 치료에 적용하는 과정에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GS 年 7000건 활발, 치료 연계는 ‘저조’


김 교수는 정밀의료 암 진단·치료법 개발사업단(K-MASTER) 산하 암 정밀의료 네트워킹그룹(Korean Precision Medicine Networking Group, K-PM) 팀장으로 활동하며 암 환자가 신속히 검사 결과에 맞는 항암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관할 부처 심사·허가 프로세스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해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모든 항암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처방할 수 있다. 허가받은 항암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비급여 여부를 심의받게 된다.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가 많고 경제성 대비 효과가 좋다고 판단되면 급여, 그렇지 않으변 비급여로 분류된다.


전이성 암, 항암제 허가 불발 잇따라


급여가 적용된 항암제는 전체 비용의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돼 처방이 용이하다. 반면 비급여 항암제는 비용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환자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처방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암에 대한 허가 자체가 나오지 않을 때다. 환자 수요가 현저히 낮거나, 안전성 및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거나, 임상연구가 부족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면 허가가 거부될 수 있다.


김지현 교수는 “A암에 대해선 식약처로부터 적응증을 허가받았지만 B암은 허가가 불발돼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암세포가 처음 생긴 곳에서 다른 부위로 전이돼 증식·발육하는 전이성 암은 기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더라도 전이암에 대한 적응증이 허가를 받아야 쓸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널리 알려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2, HER-2) 양성 유방암 표적항암제는 HER2 유전자 변이가 발현되는 폐암, 방광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에서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 암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높지만 규제에 발목 잡혀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한 사전·사후승인제, 환자 ‘희망고문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항암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심평원의 사전·사후승인제를 통해 허가초과 사용, 즉 ‘오프라벨(off-label) 처방’을 고려해볼 수 있다. 2004년부터 시행 중인 사전승인제는 대상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기관 내 다학제적위원회가 먼저 항암제 사용 건에 대해 협의한 뒤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신청하면 60일 내에 승인, 불승인 결정이 나온다. 문제는 허가 신청 및 심의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돼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도중에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신청 결과도 승인보다 불승인 빈도가 훨씬 높아 암환자를 장시간 ‘희망고문’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사후승인제는 사전승인제와 달리 의료기관 내 다학제적위원회 협의를 거쳐 선제적으로 항암제를 사용한 뒤 15일 내에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사후 승인을 신청한다. 항암제 사용이 불승인되면 그 날짜부터 새로운 환자에게는 해당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기존에 투여받은 항암제는 주치의 판단에 따라 환자 동의를 얻은 뒤 사용을 지속할 수 있고 이를 심평원에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사후승인제도 의료기관 다학제적위원회 협의 단계에서 거부되거나, 불승인되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EAP 등 허가 외 사용 활성화 필요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암환자의 항암제 접근성을 높이려면 미국이나 유럽의 ‘동정적사용승인계획(Expanded Access Program, EAP, 동정적사용프로그램)’처럼 유연한 허가 외 사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AP는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지경에 이른 불치병 또는 암 말기 환자에게 시판 허가 전의 신약을 제약사와 보건당국이 무상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2001년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이레사정’(성분명 게피티닙, Gefitinib)에 처음 적용됐다. 환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 없이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제약사 입장에선 약의 효능을 광범위하게 검증하는 기회가 되지만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선 EAP가 활성화돼 적잖은 말기 암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김 교수는 “허가 외 사용을 활성화해 실제 진료현장에서 약제를 투여하는 빈도를 늘리면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 RWD, 의료빅데이터)가 자연스레 축적돼 신속한 의약품 허가와 급여 심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 차원 리얼월드데이터 축적, 규제 완화해야


현재 김 교수와 K-PM은 항암제 허가 범위 확대와 심의 기간 단축을 통한 ‘정밀의료의 현실화’를 목표로 △종양내과 전문의 대상 암 유전체 이해 및 치료 교육프로그램 운영 △정밀의료 네크워크 구축 및 암 정밀의료 임상시험 활성화 사업 △암 정밀의료 빅데이터 구축 및 빅데이터 공유 △NGS 종양분석회의(tumor board) 구성 및 운영 등 4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NGS의 도입과 보험급여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로 인해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는 항암제를 처방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이성 암 등 허가 외 질환에 대한 의약품 응급 사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항암제 허가 및 공급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학계·산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리얼월드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정밀의료의 꽃’으로 불리는 NGS는 수많은 인간 유전자를 한 번에 신속·정확하게 분석하는 해독법이다. 유전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 30억개가 일정한 질서대로 배열돼 있다. 일부분의 염기가 없거나, 순서가 뒤바뀌는 등 변이가 있으면 암이나 유전질환이 발생하거나 항암제 등 약물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 부위를 파악한 뒤 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 등을 처방하면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NGS는 낱개 유전자를 일일히 따로 분석하는 기존 생어염기서열분석법(Sanger sequencing)보다 검사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유전자검사 대중화의 길을 텄다. 19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진행된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와 비교하면 한 명의 유전체 분석에 소요된 비용은 약 1조원에서 100만~300만원, 분석 시간은 6~8년에서 1~2일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3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지정된 ‘NGS 유전자 패널 검사기관’에서 검사받으면 비용의 50%인 45만~66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대상 질환은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난소암·흑색종(피부암)·악성뇌종양·기스트(위장관기질종양,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소아신경모세포종·원발성 불명암 등 고형암 10종, 급성골수성백혈병·급성림프구성백혈병·악성림프종·형질세포종·골수형성이상·골수증식종양 등 혈액암 6종, 망막색소변성·유전성난청·샤르코마리투스병 등 유전질환 3종을 포함한 기타 유전질환 등이다.


김지현(金知賢)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1995년 서울대 의학과 졸업
2002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내과학 석사
2004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내과학 박사


경력
1997~2001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2001~2002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임의
2002~2003년 보라매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2003~2008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
2008~2009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다나파버암연구소 분자세포종양학과 초빙교수(Dana Farber Cancer Institute, Harvard Medical School, Division of Molecular and Cellular Oncology Visiting Professor)
2009~2015년 2월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부교수
2015년 3월~현재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2017년~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2019년~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임상정밀의료센터장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암학회 정회원
한국임상암학회 정회원, 학술위원
대한노인병학회 정회원, 학술위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정회원, 대외협력위원장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정회원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of Medical Oncology, ESMO) 정회원
미국암연구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AACR) 정회원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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