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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치료 ‘방사성의약품’ 국산화 선봉장
입력일 2019-09-19 11:50:42 l 수정일 2019-09-20 18:18:19
심재훈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장 … 국내 제약사 방사성의약품 비임상·임상 지원

심재훈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장은 국내 제약사의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방사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방사능 노출, 핵무기,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부정적인 단어만 떠올리기 쉽다. 사전적 의미로 방사성은 ‘물질이 방사능을 가진 성질’이라는 의미다. 방사능은 라듐, 우라늄, 플루토늄, 토륨 등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선은 이들 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입지와 전자기파를 통칭한다. 방사선은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적인 DNA 구조를 변성시켜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직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엄청난 해악만 끼칠 것 같지만 의학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각종 질병 진단에 사용하는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영상장비는 인체를 투과하는 방사선의 성질을 이용해 인체 내부의 근골격과 장기를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체내에 직접 투약하는 의약품에도 방사성 물질이 사용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암과 노인성 신경계질환 치료 분야에서 방사성의약품의 가능성을 엿보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엔 임상시험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연구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8월 8일 국가RI신약센터(KRICP, Korea RadioIsotope Center for Pharmaceuticals)를 개소하고 국산 방사성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초대 수장으로서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 및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심재훈 국가RI신약센터장을 만나 방사성의약품의 효과, 신약센터의 역할과 향후 운영계획 등을 들어봤다.

-방사성의약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작용 기전은.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해 질병을 진단하는 진단용과 방사선을 통해 체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용으로 나뉜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을 통해 암 같은 질병을 비침습적으로 진단한다. 예컨대 암세포를 타깃하는 물질인 FDG(불소화 포도당)에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해 체내에 투여하면 동위원소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통해 암조직의 위치와 형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과산화테크네슘 같은 방사성의약품은 갑상선질환을 진단하는 갑상선스캔에 쓰인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정상조직이나 장기에 대한투과력은 약하지만 세포를 죽이는 힘이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가 탑재돼 암세포 등을 제거한다.”

-안전성엔 별다른 문제가 없나.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 자체의 독성을 수학적으로 계산, 투여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안전하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직접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기존 조직검사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2017년 10월 4조원을 들여 프랑스 바이오기업인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dvanced Accelerator Applications, AAA)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노바티스가 관심을 가진 것은 AAA의 방사성의약품이자 신경내분비종양 표적치료제인‘루타테라’(Lutathera, 성분명 lutetium Lu 177 dotatate)였다. 지난해 10월 노바티스가 첫 공개한 ‘루타테라’의 매출은 5600만달러에 이른다. 

-국내외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현재 방사성의약품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2015년 기준 약 28억달러 규모로 전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의 60%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유럽이 24%로 2위 규모다. 미국과 유럽의 점유율만 84%에 이르는 독점적 구조다. 반면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1억2500만달러)으로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 중 진단용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동안 국내 방사성의약품은 약사법과 원자력안전법의 규제를 동시에 받고, 생산·제조에 높은 설비 투자가 요구돼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규모가 큰 제약사들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영세한 중소제약사들만 연구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야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과 신형 연구용 원자로 건설 등에 힘입어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국가RI신약센터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나.
“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약동학 평가 △방사성의약품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우수실험실운영기준) 안전성 평가 △방사성의약품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 제조 등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비임상기관이다. 향후 6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총 938억원의 예산을 받아 국내 제약사의 독자적인 방사성의약품 개발과 신약개발을 위한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안전성·유효성 검증작업을 지원하게 된다.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첫째 일반 신약개발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비임상시험을 지원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임상시험 시 해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연구인프라를 갖춰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 분야에서 유효성평가, 비임상평가, 임상용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한다.”

-센터 규모는 어떻게 되나.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연구는.
“센터는 연면적 1만7112㎡에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로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 등 첨단 연구장비,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비임상시험시설,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 등을 갖췄다.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는 임상시험 시 무해한 초극미량의 방사성동위원소(C-14)가 포함된 신약후보물질을 혈액, 소변, 대변을 통해 측정하는 기기다. 신약후보물질의 인체내 흡수·분포·대사·배설 상태를 확인하는 첨단 임상시험 기법에 활용된다. 이밖에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바이오이미징 시설을 갖춰 수요자 맞춤형 비침습적 생체영상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약물효능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게 된다. 또 △소동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및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CT) 촬영 △중동물 PET-CT 촬영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등을 바탕으로 한 생체영상평가를 지원한다.”

-센터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0년 이후 국내 신약개발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또 과거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유럽에서 방사성의약품으로 암치료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방사성의약품을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플랫폼 구축이 주요사업으로 기획됐다. 이에 따라 충남 오송 첨단의료산업단지는 바이오, 경북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일반신약 분야 지원을 맡게 됐다. 국가RI신약센터의 핵심인 방사성의약품 플랫폼 구축사업은 오송이나 대구에서는 담당할 수 없는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약개발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임상효과를 검증한다고 들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한 신약후보물질을 동물과 사람에게 각각 투여한 뒤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를 활용해 투여 물질이 체내에서 어떻게 흡수·분포·대사·배설되는지를 확인한다. 표지물질을 사용하면 투여 후 체외로 배설되는 양을 손쉽게 계산해 체내에 약물과 약물의 대사산물이 얼마나, 어떻게 축적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사체의 종류와 양을 확인하는 데에도 표지물질을 사용한다. 이같은 연구자료는 신약이 약효를 나타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량 범위를 설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센터엔 어떤 기업들이 입주해 있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신약개발 관련 기업으로 △바이오톡스텍 △퓨쳐켐 △새한산업 △셀비온이 입주해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 신약개발 업체인 넥스트젠바이오는 방사선 이용 임상시험 과제를 위해, 씨엔알리서치는 임상CRO로서 공동연구 수행을 위해 입주한 상태다. 노터스는 동물을 이용한 신약 유효성평가를 위해 곧 입주할 예정이다.”

-국가RI신약센터 개소가 국내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은.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비임상시험을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기관에 맡기면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대형 제약사는 자본이 받쳐줘 해외에 맡길 수 있지만 중소제약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센터는 국내에서 수행할 수 없었던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비임상시험과 신약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역량도 강화해 국내 암환자가 더 빠른 시간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나 보건당국에 바라는 점은.
“신약개발 중 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데 3~4년이 소요된다. 이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 관문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국내 중소제약사가 적잖다.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식약처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센터장으로서의 소회, 향후 계획이 있다면.
“국내에서 효율적인 비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국내 제약사의 방사성의약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의학원이 가진 방사성의약품 R&D 성과와 국가RI신약센터의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활성화해 국내 난치성 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심재훈(沈載勳)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장 프로필

1986년 서울대 자연대 동물학과 졸업
1988년 서울대 자연대 이학석사(화학)
1994년 미국 브라운대 이학박사(생유기화학)

1994~2000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박사후 연구원
2000~2007년 미국 밸리언트파마슈티컬스(Valeant Pharmaceuticals) 책임연구원
2007~2009년 옵토매직(케미존) 디렉터
2009~2011년 큐라켐 부사장/CTO/공동창업자
2011~2012년 비보존 대표이사
2012~2015년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 겸 바이오팜(BP)융합센터장
2015~ 현재 한국원자력의학원 플랫폼구축사업단 단장
2019~ 현재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장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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