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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술로 유방암 잡는 메디컬 멀티테이너
입력일 2018-11-14 16:33:38 l 수정일 2018-11-30 14:59:49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 국내 최초 유방보존술 도입 … 유방암 환자 삶의 질 높여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은 “환자가 의사를 믿고 갈 수 있도록 의료진은 실력을 먼저 갖추고 자신을 찾아준 환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질병의 반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아직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화와 걱정을 달고 사다보니 온갖 질병에 쉽게 노출됩니다. 최근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유방암도 마찬가지죠. 국내 최초, 최고의 여성 전문 암병원 수장으로서 여성 환자들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어루만지는 유방암 주치의가 되고 싶습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샤워를 하다 한 쪽 가슴을 만져보고 ‘혹시 유방암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2017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암의 25.2%를 차지할 만큼 발생빈도가 높다. 동양인·흑인보다 유럽과 미국의 백인 코카서스 인종,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구고령화로 동양인, 한국인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 6237명이었던 국내 유방암 환자는 2010년 1만6739명, 2014년 2만148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도 2014년 2271명에서 2015년 235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국내 최고 유방암 명의 … 유방보존수술 대가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은 국내 최고의 유방암 명의로 1986년 국내에서 처음 유방보존수술에 성공해 수많은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 당시에는 유방암수술 중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기법이 당연시돼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유방암수술 후 여성성을 잃은 좌절감에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환자들을 보고 유방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며 “30년전만 해도 유방을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해냈고 현재 국내에서 유방암 환자의 65%가 유방보존술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보존술은 종양 크기가 2.5~3㎝ 이하인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방조직을 전체의 4분의 1만 절제하는 수술기법이다. 종양과 함께 주위 1~2㎝ 정도의 유방조직을 절제하게 된다. 이 수술은 종양 절제 후 유방 크기가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는 경우에 시행한다. 가슴 중심을 기준으로 안쪽에 생인 종양은 조금만 잘라내도 모양이 흉해져 보존술이 불리하다. 반면 바깥쪽에 생긴 종양은 겨드랑이 부위의 살을 움직여서 가슴 모양을 만들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유방보존술 직후엔 유방재건술을 시행해 수술 전과 최대한 비슷한 유방 모양을 만들어준다. 수술 후 방사선요법과 항암제 투여를 병행하는 것도 필수다. 

백 교수는 “유방보존술은 유방암 환자에게 미용 및 심리 면에서 최대의 효과를 준다”며 “꼭 미용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5년생존율은 93.7%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81.7%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성과로 2006년 영국 케임브리지 영국국제인명협회(IBA)에서 선정한 위암 및 유방암 분야 세계 100대 의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이대여성암병원장 취임, 여성암 특화진료 선도

그가 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백 원장은 “해외의 여러 학회를 다니면서 앞으로 한국도 암환자가 늘 거라고 예상했다”며 “결정적으로 인턴 시절에 백혈병에 걸린 소녀를 치료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암을 전공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일찍이 암이라는 질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도 미국 등 다른 선진국처럼 유방암 환자가 급증할 것을 예상해 유방암학회를 만들었다.

2011년엔 국내 최초의 여성암병원인 이대여성암병원 수장을 맡아 여성암 특화 진료에 나섰다. 이대여성암병원의 유방암 수술환자 수는 2009년 138명에서 현재 800여명에 육박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내 유방암센터는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암 당일진단 후 1주일 이내 수술시스템을 도입해 환자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최소화했다. 또 한 공간에서 외래진료, 검사 등을 모두 시행하는 원스톱서비스를 구축해 그간 대학병원의 문제점으로 꼽혀온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여성건강검진을 남성과 분리해 별도공간에서 시행하는 여성건진센터·건강증진센터, 여성암환자 전용 레이디병동 등 여성환자를 위한 세심한 진료환경이 더해져 환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노래·언어·시 능통한 메디컬 멀티테이너

그는 의료계에서 노래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즐겼던 그가 본격적으로 노래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중학교 시절 캐나다 선교사 출신의 영어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다. 백 원장은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지고 웃게 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며 “나에게 긍정적인 마음은 건강한 삶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래는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식구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배운 노래들은 외국 암학회에서 빛을 발했다. 딱딱한 주제 발표가 끝난 자리를 그의 노래가 채웠다. 가수 겸 방송인 임백천 씨,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 등과 같이 무대에 서기도 햇다.

영어로 노래를 배우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언어에도 관심을 갖게 돼 현재 6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그 나라 사람들의 언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영어, 일어, 중국어는 유창하게 하고 아랍어, 프랑스어는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을 만큼 한다”고 말했다.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1년간 음식과 식습관을 연구한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유방암 발병이 증가하는 것은 기름진 서구형 식습관에서 찾을 수 있고, 또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후 가장 힘겨워하는 게 음식 섭취”라며 “유방암 발병과 수술 후 치료 성공 여부에 모두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엔 CJ다담 정재덕 헤드셰프, 샘표 지미원 원장 이건호 셰프와 함께 유방암 식사가이드인 ‘가슴 설레는 맛 가슴 뛰는 요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유방암에 대한 최신 정보와 함께 백남선 원장이 제안한 여성을 위한 30가지 건강 식재료, 이를 활용한 77가지 요리 등을 담았다.

문학 분야로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백 원장은 지난 4월 서울시 중구구민회관에서 개최된 제7회 한빛문학상 시상식에서 시(詩)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영어 시인 ‘Life(삶)’과 봄날삶 떠올릴 수 있는 ‘봄비’ 2편의 자작시를 발표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항상 이력서 취미 칸에는 10여 년 전부터 ‘시를 쓰고 읽는 것’이라고 쓰고 있을 만큼 관심이 많다”며 “의사이자 시인으로서 다양한 소재의 창작 시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삶의 질에 관심, 한국헬시에이징학회 창립

최근엔 노년기 삶의 질에 관심을 가져 한국헬시에이징학회를 창립했다. 이 학회는 기존 학술단체와 다르게 의사는 물론 한의사, 약사, 간호사, 건강기능식품 사업자 등 다양한 직군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향후 호스피스, 기능식품 관련 건강관리사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 및 운영하고 정례 학술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에선 2년 전 헬시에이징학회가 창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학회는 향후 일본 학회와 교육, 연구, 학술세미나 개최 등에서 긴밀할 협력할 방침이다.

백 회장은 “의술, 생활습관 및 환경, 인간의 몸이 변화하면서 질병 패턴도 바뀌고 있다”며 “의학의 패러다임이 질병치료에서 예방의학, 전반적인 건강관리로 전환되면 좋은 생활환경, 적절한 먹거리 선택, 건강기능식품 활용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의 반은 마음에서 시작, 환자는 의사 믿고 의사는 신뢰줘야

백 병원장은 평소 지론인 ‘카르페디엠(Carpe Diem ; 현재에 충실하라)’을 의료진에게 강조하며 스스로 먼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세상 모든 질병의 반은 마음에서 생겨난다”며 “암에 걸렸더라도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를 믿는다면 암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환자가 의사를 믿고 갈 수 있도록 의료진은 실력을 먼저 갖추고 자신을 찾아준 환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료서비스 질 향상, 환자 안전을 위한 차별화된 진료서비스 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며 “여성 교육·연구·진료에 특화된 이화의료원의 강점을 살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여성암 치료 대표병원으로 재도약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일본 국립암센터, 미국 메모리얼슬로안케터링암센터에서 연수했고 원자력병원장, 건국대병원장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 이대여성암병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암 알아야 이긴다’, ‘유방학교과서’, ‘암예방의 길잡이(항산화제 효과)’, ‘암의 모든 것,알기 쉬운 암 외 다수’, ‘화학적 암 예방’, ‘가슴 설레는 맛, 가슴 뛰는 요리 77’, ‘세계적 유방암 명의 백남선 교수의 유방암 바이블’ 등이 있다.

백남선(白南善) 이대여성암병원장 프로필

1973년 3월~1974년 2월 서울대병원 인턴
1974년 3월~1978년 2월 서울대병원 외과 레지던트
1979년 5월~1981년 4월 국군수도통합병원 암연구 실장
1981년 5월~1982년 4월 영일병원 외과 과장
1982년 5월~2008년 9월 원자력병원 외과 2과장
1984년 5월~1984년 7월 미국 메모리얼슬로안케터링암센터 임상의사 연수
1985년 3월~1986년 2월 일본 국립암센터 초빙 연구원 연수
1995년 1월~1997년 2월 원자력병원 임상의학연구실장
1997년 2월~1999년 2월 원자력병원 의무부원장
1999년 2월~2001년 4월 원자력병원장
2008년 9월~2009년 6월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
2009년 7월~2010년 11월 건국대병원장
2009년 9월~2011년 4월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소장
2011년 5월~현재 이대목동병원 교수, 이대여성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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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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