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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생존율 높인 심장지킴이
입력일 2017-12-07 17:19:44 l 수정일 2017-12-07 21:24:09
노태호 대한심장학회 회장 … 일반인 심폐소생 시행률 3배 높여, SNS로 환자와 소통

노태호 대한심장학회 회장은 “2016년 국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6.8%로 2011년(5%)보다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33.3%)이나 일본(34.8%)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사망자보다 심정지 사망자가 5~6배 많다. 겨우 목숨을 건지더라도 상당수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이 멈추면 심각한 뇌손상이 일어난다. 심장마비 상태가 3~4분 이상 지속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거의 죽어 사망하게 된다. 즉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후유증 없이 생존할 수 있다. 1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은 97%, 2분 이내는 90%, 4분 이내는 50%다.

하지만 국내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긴 했지만 막상 눈 앞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어찌할지 몰라 발만 동동구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심폐소생술 절차가 바뀌어 인공호흡 없이 바로 흉부압박을 해야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일반인은 드물다.

국내 심폐소생술 시행률, 선진국 절반 수준 … 생존율 7.6% 불과

국내 심정지 후 생존율은 7.6%, 심정지 후 뇌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비율은 4.2%에 불과하다. 반면 심폐소생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유럽과 미국에선 심정지 후 생존율이 10~12%에 달한다. 덴마크는 무려 21%를 웃돈다.
최근에서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심폐소생술 시행률과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노태호 대한심장학회 회장(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한심폐소생술협회 홍보위원장)은 강연과 활발한 SNS 활동으로 심폐소생술을 전파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켜 온 심장지킴이다. 심장 부정맥질환에 대한 삽입형 자동제세동기 시술 및 관리, 전극도자절제술 권위자로 심장 관련 최대 학회인 대한심장학회 제60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장으로서 올바른 심폐소생술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비슷한 연배의 동료의사들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해 환자 및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2013년에 개설한 ‘닥터 노의 심장과 부정맥 이야기’는 누적 방문자수가 30만여명에 달하는 인기 블로그 중 하나다.

예산·교육장비 부족 심각, 심폐소생협회 ‘안전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 전개

그가 본 국내 심폐소생술 성적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2016년 국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6.8%로 2011년 5%보다 3배 이상 늘었지만 미국(33.3%)이나 일본(34.8%)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다.
핵심은 교육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심폐소생술를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에서도 심폐소생술이 필수 교과과정이고, 독일과 일본은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해야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자체 교육장비 및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심폐소생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교육 기회가 더욱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태호 교수는 “지난해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2만9832명으로 10년 전보다 53.1% 증가했지만 이중 뇌기능을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한 사람은 4.2%에 불과하다”며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으로 급증할 수 있는 심장정지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초·중·고교생은 물론 일반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 교수가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한심폐소생협회는 ‘2017 안전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지역 학교를 돌며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임상용 및 교육용 자동심장충격기, 심폐소생술 마네킹 등을 기증하고 있다.
노 교수는 “심장정지는 대부분 집에서 일어나고 이를 목격하는 경우도 40%나 된다”며 “초·중·고생이 심폐소생술을 익히면 심장정지 생존율을 높이고 부모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호흡 없이 바로 흉부압박 먼저 … AED 사용법 숙지해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최근 개정한 ‘한국형 심폐소생술 지침’에 따르면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이 삭제되고, 가슴압박 횟수가 과거 분당 100회 이상에서 100~120회로 늘었다. 가슴압박 깊이는 5~6㎝로 구체화됐고, 자동제세동기(AED)를 가능한 일찍 시행해야 한다.

먼저 환자가 호흡이 없고 심장정지가 의심되면 환자의 양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큰 소리로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눈 떠보세요’라고 말한다. 심장정지가 확인되면 곧바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 그냥 도움을 요청하면 서로 나서지 않을 수 있어 손으로 특정 사람을 지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 환자가 반응이 없더라도 움직임이 있거나 호흡을 하는 경우는 심장정지가 아니므로 심폐소생술을 할 필요가 없고 신고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심폐소생술은 먼저 환자의 가슴 중앙(양 젖꼭지 사이의 복장뼈, 흉골·胸骨)에 깎지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댄다. 이 때 손가락이 가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팔을 쭉 펴 가슴 중앙을 팔과 환자 몸이 수직이 되게 놓은 뒤 가슴이 5~6㎝ 깊이로 눌릴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가슴압박은 1분 당 100~120회가 가능한 속도로 횟수를 세어가면서 30회 실시한다. 강하고 깊이 누를수록 더 많은 피가 신체에 공급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체중을 실어 해야 한다. 노태호 교수는 “6㎝를 초과하면 생명에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단 갈비뼈가 부러져도 생명을 살리는 게 중요한 만큼 시행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변에 ‘심장충격기’로 알려진 자동제세동기(AED,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다면 목격자가 보는 앞에서 즉시 사용하도록 한다. AED는 심장에 전기적 충격을 보내 정상리듬으로 뛰도록 돕는 기기다.
먼저 전원을 켠 뒤 제세동기에 달려 있는 두 개의 패드를 기계에 그려진 그림대로 가슴 부위에 단단히 부착한다. 기기가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하는 동안 시행자는 접촉을 피하고 기다린다. 감전이나 기기 오작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심장충격이 필요한 상태로 판단되면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심장충격에너지가 충전된다. 이후 ‘제세동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지시가 나오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버튼을 누른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을 반복하도록 한다.

‘괜히 나섰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결과가 잘못됐을 때 구호자가 법적소송에 휘말리거나 죄를 덮어쓰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2008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선의의 응급의료에 의해 발생한 재산상·신체적 피해의 면책을 명시한 법률조항)’이 도입됐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심폐소생술 도중 환자가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남더라도 법적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노태호 교수는 “몇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자가 2012년 1000여명에서 지난해 7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교육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희생자가 내일의 나이거나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와 마음가짐으로 응급대처에 응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로그 ‘닥터 노의 심장과 부정맥 이야기’ 운영

그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정확한 심폐소생술 방법과 여러 의학적 지식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블로그 ‘닥터 노의 심장과 부정맥 이야기’를 개설했다. 의학지식, 강연 내용, 일상 등을 블로그에 올린 지 4년. 어느새 총 누적 방문자가 30만명에 이르렀다. 특히 2014년 한 TV 가요 프 로그램에서 발라드 가수 윤민수 씨가 노래를 부르던 중 휘청거린 것은 흉곽내압 증가로 인한 혈액량 감소와 흉곽내 부교감신경 자극에 의한 심장박동수 감소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한 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하루 블로그 방문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시스템적 한계로 30분 대기, 3분 진료가 고착화된 병원 진료실에선 환자나 가족에게 질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며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글로 질환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전달하면 환자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치료에 대한 희망을 품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정보의 일방향 소통이 아닌 환자 및 가족과의 양방향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블로그에 Q&A(질문과 답변) 메뉴를 만들어 심장질환에 대한 질문들에 성심성의껏 답변한다. 형식적이고 뻔한 답변보다는 질문자의 걱정에 공감하며 명확한 의학 지식, 치료법 등을 안내하려 애쓰고 있다.
2015년엔 30년 가까이 의대생들에게 강의해오던 심전도와 부정맥 강의를 유튜브에 공개해 부정맥질환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의대생, 의대 지망생,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심장마비 오면 기침? 엉터리 의학정보 조심해야

틈틈이 인터넷에 떠도는 엉터리 의학정보도 바로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몇해 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자가 심장마비 대처법’이다. 이는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반복해서 기침을 하라는 것으로 그럴듯한 참고문헌까지 달려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노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론만 놓고 보면 강한 기침을 반복하면 흉강 내 압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혈압을 순간적으로 붙잡을 수 있지만 아무리 강하게 기침을 반복한다고 해도 심장 자체가 회복되지는 않는다”며 “전조증상이 오면 기침할 게 아니라 바로 119에 신고하고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작년엔 의사도 까다롭게 여기는 심장 부정맥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이라는 책도 썼다. 이 책은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부터 심장질환과 부정맥의 관계, 부정맥의 주요증상과 진단법, 심방세동·심실조기수축·서맥·실신 등 여러 부정맥질환, 전극도자절제술과 심박동기 등 새로운 치료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운동·스트레스·커피·임신·성생활 같은 일상생활과 심장질환과의 관계, 응급 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 시행법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장 관련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놨다. 또다른 저서 ‘알기 쉬운 심전도 1·2권’과 함께 심장학 도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겨울은 심장마비 위험이 가장 높은 계절이다. 팔, 어깨, 목, 가슴 등 부위가 특별한 외상 없이 10분 이상 쿡쿡 쑤시고 아프다면 심장발작 전조증상을 의심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노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흡연자, 고령자는 심장발작 고위험군으로 심장발작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더 주의해야 한다”며 “최근 자각 증상이 없고 발생 연령대가 35세 전후로 낮은 유전성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평소 건강하더라도 가족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했거나, 부정맥을 앓은 적이 있다면 미리 심전도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노태호(盧台鎬)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프로필

가톨릭대 학사
가톨릭대 대학원 의학박사
고려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가톨릭중앙의료원 및 성의교정 대외협력실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외협력부원장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한국순환기센터 소장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종합건강관리센터 소장
대한심장학회 이사, 감사

現 가톨릭대학교 내과학교실 교수
    대한심장학회 회장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장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내과 과장

    제10회 전국응급의료전진대회 보건복지부장관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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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supersta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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