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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이국종 교수에 욕설 … 작년 국감 내부고발이 도화선
입력일 2020-01-14 14:08:05
권역외상센터·닥터헬기 운영 놓고 갈등 … 수익성은 낮고, 명분은 살려야 하는 이율배반의 갈등 표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전경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 등을 기적적으로 살려낸 이름을 얻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최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유 의료원장에게 ‘아덴만의 영웅’을 담기엔 너무 작은 그릇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상명하복이 철저한 의료계에서 이 교수의 소신 넘치는 언행이 ‘토사구팽’을 자초했다는 일부 의사사회의 시각도 병존한다.


지난 13일 MBC 방송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유 의료원장은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라고 소리쳤고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 거….”라며 힘없이 답했다. 대화가 녹음된 구체적인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국내 중증 외상치료의 마지막 보루로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아왔다. 이런 그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자 유 의료원장과 아주대병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 교수의 명성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던 아주대병원이 이번에는 역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어지게 됐다.


병원 측은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해군 명예 중령으로 임명돼 태평양에서 1월 한 달간 진행 중인 해군훈련에 참가 중이다. 태평양에서 해사 74기 생도 140명 등 승조원 630명을 태운 함정에서 응급환자 발생을 가정한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병원 수뇌부의 경영논리와 의사 개인의 진료철학 간 충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실 이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및 닥터헬기 운영 건으로 유 의료원장을 비롯한 병원 경영진에게 단단히 ‘찍혀’ 있는 상태였다.


아주대병원이 2013년부터 운영해 온 권역외상센터는 일반응급실에서 처치하기 힘든 총상·다발성골절·다량출혈 등 중증 외상환자를 즉시 수술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시설이다. 하지만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중증 외상환자 치료와 수술 관련 의료수가가 너무 낮은 데다 외상환자는 대부분 장기간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 수익에 심각한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하지만 이 교수의 유명세가 더해질수록 다른 권역외상센터에서 전원된 환자 등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응급환자가 밀려 들어왔고 이는 병원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욕설 파문도 권역외상센터 운영 건으로 불거진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의료계에선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도화선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인력 충원을 위해 지원됐던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며 “2018년 외상센터 간호인력 67명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22억원을 지원했는데 절반 정도인 30여명만 채용됐고 나머지 예산은 기존 간호인력의 임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이 교수의 내부고발이 유 원장과 경영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실시했던 권역외상센터평가에서 전 항목 만점을 받아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아주대병원의 눈부셨던 성과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응급의료시스템은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등 3단계로 운영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19년 11월 기준 전국 29개 권역에 36개 센터가 지정돼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아주대병원(경기 남부), 가천대 길병원(수도권), 단국대병원(충남), 을지대병원(대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원), 전남대병원(광주), 목포한국병원(전남), 울산대병원(울산), 부산대병원(부산) 등 9곳이 운영되고 있다.


아주대병원의 경쟁상대라 할 길병원은 권역이 수도권으로 훨씬 넓기도 하지만 2011년 9월 운항을 시작한 닥터헬기가 지난해 11월까지 1271차례나 출동해 환자 1184명을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대활약을 보였다. 특히 서해 도서의 응급환자를 실어날라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수호천사로 호평받고 있다.


반면 아주대병원은 소방방재청으로부터 할당받은 닥터헬기를 운영조차 못해 이 교수가 답답해했다. 지난해 9월 첫 운항을 시작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는 24시간 출동할 수 있고 이동 중 응급처치도 가능해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필수 장비다.


이 교수는 2011년부터 닥터헬기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아주대병원의 닥터헬기는 지금까지 27번 출동, 상황이 종료돼 돌아온 두 번을 뺀 25건의 응급상황에서 총 26명의 환자를 살렸다. 하지만 소음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이 교수와 병원 경영진 간 갈등이 깊어졌다.


뿐만 아니라 아주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빠진 게 2019년에는 868시간(바이패스 63회), 2018년에는 719시간(바이패스 53건)에 달했다. 셧다운은 결국 외상센터가 실질적으로 가동하지 않은 동면 상태나 마찬가지다. 바이패스란 응급한 환자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아주대병원은 한 달 전 이 교수의 국정감사 폭로로 촉발된 보건복지부 현장 실사를 받았다. 즉각 시정하라는 ‘경고’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바이패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병원 측은 “병실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외상센터를 나름대로 충분히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병원의 행태는 이 교수에게 울분을 자아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내부고발을 감행했고, 병원 경영진과의 갈등은 심화됐으며, 그 갈등이 급기야 언론에까지 알려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지금까지 환자 최우선을 외치며 ‘중증외상치료 메카’를 자부해 온 아주대병원은 이번 녹취록 공개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 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환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친절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들게끔 환자 중심으로 최대 편의를 제공하는 병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은 무상복지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따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겉으로는 착한 병원을 표방하면서 실상은 권역외상센터 인력 충원을 막고 이국종이라는 의사 개인에겐 감당하기 힘든 압박과 언어적 폭력까지 가한 이중적인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아주대요양병원 개원(현 병원 부지 일부), 평택 제2병원 건립 등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권역외상센터 확대를 요구하는 이국종 교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오는 2월 연면적 3만413㎡(9200평), 지상 9층, 지하 5층, 473병상 규모의 아주대요양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대학병원이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동아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요양병원 업계에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병원의 돈벌이 욕심에 갈 곳 없는 요양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 제2병원은 2026년 개원을 목표로 현재 건립 논의 단계에 있다.


아주대병원은 창립자인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1986년에 의과대학 부속병원 설립계획안이 수립됐고, 1991년에 준공됐다. 1994년 6월부터 병원 진료를 개시했다. 경기 남부 권역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신뢰도가 높은 대학병원으로 꼽힌다.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적정진료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우 옥포조선소에서 산재를 입은 근로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의 상당수가 아주대병원 교수진으로 영입됐다. 김우중 회장의 모교인 연세대 출신 교수진이 한 때 전체 교수진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희석 의료원장도 대우 조선소를 거친 연세대 출신이다. 이 교수는 아주대 의대 출신의 신진 교수다. 아주대병원은 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처럼 대기업이 만든 대학병원이다. 이런 배경에서 아주대병원에서 수련받은 의사들의 실력은 아산 못잖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논리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서, 사회적 공익성도 외면하지 못하는 대형 의료기관의 숨겨졌던 고민이 이번 이국종 교수 욕설 파문을 통해 드러났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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