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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불청객 ‘습진 5형제’ … 가려움증 1위 화폐상습진, 아토피와 구별법
입력일 2020-01-13 10:42:54 l 수정일 2020-01-16 18:52:57
화폐상 : 무릎·팔꿈치 등 살 펴지는 부위, 아토피 : 살 접히는 부위에 빈발 … 주부습진·기저귀발진은 접촉성피부염

습진의 한 종류인 접촉성 피부염은 다시 자극접촉피부염과 알레르기접촉피부염으로 구분된다.

겨울만 되면 손 피부가 갈라지면서 가렵고 심하면 붓거나 진물까지 나는 사람이 적잖다. 보통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습진이라고 자가판단하기 쉽다. 습진이라고 하면 주부습진을 떠올리며 ‘집안일을 자주 하면 생기는 병’ 정도로 가볍게 여기지만 실상은 다르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되면서 피부가 갈라진 틈으로 세균이 침입해 2차감염 등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바르는 연고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다 병을 키우거나, 무좀 등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 아토피피부염은 습진의 한 종류인데 별개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습진(eczema)은 홍반, 가려움증, 부비늘(인설), 진물, 부종 등 증상이 나타나고 만성화되면 피부 각질층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피부 표면이 두껍고 거칠어지는 과다각화증, 피부가 코끼리피부처럼 울퉁불퉁해지고 까맣게 착색되는 태선화 등이 동반되는 피부질환을 통칭한다. 피부염(dermatitis)과 동의어처럼 사용될 때가 많지만 피부염은 피부에 나타나는 모든 염증을 지칭하는 것이라 습진보다 개념이 광범위하다.


습진은 크게 접촉성 피부염, 동전습진(화폐상습진), 지루피부염, 건성습진(건조습진),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질환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마치 ‘세트 메뉴’처럼 동시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의료진을 더욱 골치아프게 만든다.


접촉성 피부염은 크게 자극접촉피부염과 알레르기접촉피부염으로 구분된다. 자극접촉피부염(contactdermatitis)은 피부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 등에 일정 농도와 시간 이상으로 노출돼 발생한다. 알레르기접촉피부염보다 더 흔하지만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고 증상 발현 기간이 짧은 편이다.


일상생활에선 세정제, 비누, 공업용 용제, 불산(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휘발성 액체), 시멘트, 아세톤, 알코올, 섬유유리, 인조섬유 등이 원인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안효현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저농도 자극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피부 표면이 손상되면서 피부각질층의 장벽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자극물질이 피부 안으로 침투해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며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피부질환에 의해 피부장벽 기능이 손상된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상으로 손가락 끝 피부가 얇아지면서 홍반과 각질이 일어나며 다른 종류의 습진보다 가려움증은 덜한 편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면서 갈라져 피가 나오고, 간혹 증상이 손목과 손등으로 번질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고농도 자극물질에 노출되는 급성자극접촉피부염일 경우 피부가 얇게 벗겨지면서 물집과 진물이 생기는 피부미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흔한 자극접촉피부염은 주부습진이다. 과거엔 집안일을 도맡는 주부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엔 남편의 가사 참여 빈도가 높아지면서 남성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보통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에서 많이 발생한다. 손이 물, 합성세제, 마늘·양파·고추 등 자극성 채소, 간장·소금·고춧가루 등 향신료에 자주 닿으면 피부각질층이 손상되고 방어기전이 무너져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육아맘들의 골머리를 썩히는 기저귀발진도 자극접촉피부염의 한 형태다. 기저귀에 다 흡수되지 않은 소변이 피부에 닿으면 소변에 들어있던 암모니아, 요산 같은 물질이 피부의 pH(수소이온농도지수)를 높인다. 이럴 경우 원래 약산성(pH 4.5∼6)을 띠어야 할 피부가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자극물질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알레르기접촉피부염(Allergic contact dermatitis)은 피부가 특정 알레르기항원(알레르기 반응을 유발시키는 물질)에 접촉해 홍반, 부종, 가려움증, 진물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모든 사람에서 나타나는 자극접촉피부염과 달리 알레르기항원에 감작된 사람에서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감작은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에 대해 면역체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대부분 분자량 400 이하의 친지질성 화학물질로 금속, 식물, 화장품, 방부제, 약제, 고무, 합성수지 등 총 4000여개에 달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 유발물질은 금속이다. ‘쇠독’으로도 불리는 금속알레르기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착용했을 때 가렵고 따가운 느낌이 들고, 진물염증·붉은반점(홍반)·두드러기·색소침착 등이 나타난다.


보통 니켈, 코발트, 크롬 등 녹기 쉬운 금속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이 중 니켈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니켈은 ‘귀신’이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단단하고 금속광택이 나는 은백색 금속이다. 반면 금, 은, 알루미늄은 쉽게 녹지 않아 금속알레르기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식물 중에선 옻나무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국내에선 옻닭을 먹고 전신에 구진성 홍반(동그란 붉은 점)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옻을 꼭 먹지 않더라도 옻칠한 가구 등을 만졌을 때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옻나무 외에 은행나무와 국화과 식물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동전습진(nummular eczema)은 손등, 발등, 팔·다리가 접혀지는 부위 등에 홍반성 구진과 작은 물집이 동전 형태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러 습진 종류 중 가장 급성으로 진행돼 순간적인 가려움증이 제일 심하다.


처음엔 오돌토돌한 작은 좁쌀 모양의 구진이 동전 모양으로 생기면서 피부가 미세하게 균열된다. 이 때 가려움을 못참고 무심결에 병변을 긁으면 2차감염으로 인해 작은 구진들이 뭉쳐 병변이 더 커지고 가려움증도 심해진다. 가려움증은 주로 야간에 심해져 잠결에 반복적으로 긁게 되고 이로 인해 병변이 전신으로 퍼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태열, 습진, 알레르기, 세균, 정신적 긴장, 과도한 음주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아토피피부염이나 피부건조증과 동반될 때가 많고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같은 습진 중 아토피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발병 부위가 다르다. 아토피는 주로 팔·다리가 접히는 부위에 생기는 반면 화폐상습진은 팔꿈치, 무릎 등 살이 펴지는 부위에서 발병률이 높다. 특히 높은 확률로 다리 전면부 정강이에서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seborrheic dermatitis)은 피지샘이 풍부한 부위에 발생하는 습진이다. 피지샘이 발달하는 생후 3개월 이내와 40~70세 연령대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피지 과다 분비, 진균의 일종인 말라세지아균(Malassezia) 감염, 신경계장애, 영양장애 등과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킨슨병 등 신경계질환, 뇌혈관질환, 간질, 중추신경계 손상, 얼굴신경마비, 척수공동증(syringomyelia), 비만, 알코올중독증 등 질환을 앓는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병변이 코 주위, 이마, 머리, 눈썹, 귀 등 피지샘이 풍부한 부위에 국한되고 기름지고 노란색 각질이 발생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병변이 얼굴 전체, 앞가슴, 서혜부, 엉덩이 등으로 퍼질 수 있다.


건성습진(asteatotic eczema)은 피부가 건조하고 찬 공기에 자주, 장시간 노출돼 피부 표면 기름기가 감소하면서 피부가 빨갛고 건조해지며 각질이 생기는 질환이다. 보통 다리에 많이 발생하는데 화끈거리고 찌르는 느낌이 강하고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장시간 가뭄을 겪은 논바닥처럼 갈라지게 된다.


선천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사람, 목욕을 자주 하거나 때를 심하게 미는 사람, 목욕 후 보습제를 바르지 않는 사라에서 발생할 수 있다. 팔·다리, 특히 정강이 부위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겨울철에 흔한 피부건조증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밤잠을 설칠 정도로 가려움증이 심하고 옷을 벗었을 때 새하얀 각질이 휘날릴 정도라면 건성습진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건성 습진과 건선을 같은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 안 교수는 “건선은 은백색 각질이 덮인 붉은 발진이 얼굴을 비롯한 전신 피부에 발생하는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피부가 논바닥처럼 갈라지는 건성 습진과는 증상이 다르다”며 “또 습진은 간지럼증이 무조건 발생하지만 건선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피부세포 과다증식에 의해 피부 병변이 유독 두꺼워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atopic dermatitis)은 영유아기에 시작되는 대표적인 습진으로 피부장벽 기능 및 면역체계 이상, 환경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연간 진료인원은 93만명 안팎으로 4세 이하가 3분의 1, 9세 이하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생후 2개월 이후에 얼굴·목·몸통과 팔다리 부위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좁쌀알 같은 홍반이 생기면 아토피피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발생 연령대와 증상에 따라 영유아형, 소아형, 성인형을 구분할 수 있다. 생후 2개월부터 두 살까지 나타나는 영유아형 아토피는 침을 많이 흘리는 영아들의 특성상 볼과 얼굴에 습진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목으로 시작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또 바닥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목과 손목, 배, 팔다리 등 바닥과 마찰되는 부분에 아토피피부염이 많이 생긴다.


소아형 아토피는 주로 2~10세에 발생한다. 영아형과 달리 피부가 접히는 목, 겨드랑이, 무릎 안쪽 부분에 홍반성 구진과 만성습진 증상이 발생한다. 영유아 및 소아 아토피피부염는 산모의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인형 아토피는 10세 이후 면역체계 붕괴, 스트레스 등 원인으로 얼굴과 목을 제외한 전신에 발생한다. 소아 때 아토피를 앓은 사람 중 40% 정도가 성인 아토피로 이어진다.


습진은 대부분 보습, 통풍, 자극 최대한 줄이기 등 세 가지만 준수해도 쉽게 개선할 수 있다. 손에 물이나 자극물질이 닿으면 바로 씻어내고 손가락 사이까지 잘 말려준 후 3분 이내 손 전용 보습크림을 넉넉하게 발라준다. 겨울철 뜨거운 물로만 씻으면 피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보습인자(Natural Moisturizing Factor, NMF)가 쉽게 벗겨져 피부가 금방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을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습진에 대한 표준치료는 국소스테로이드연고를 이용한 약물요법이다. 스테로이드연고는 부신피질호르몬으로 구성된 약제로 항염증, 세포증식 억제, 면역억제, 혈관수축 등 효과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접촉성피부염,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화폐상습진, 한포진, 건선, 수포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여러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이 약제에 포함된 부신피질호르몬은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키면서 염증을 가라앉힌다. 단 과도한 사용으로 내성이 생기면 피부가 얇아지면서 혈관이 확장돼 피부가 붉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스테로이드연고는 2∼3주 이내로 짧게 고용량 사용하는 게 저용량으로 오래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 예방에 도움된다. 예컨대 아토피피부염이 심한 환자는 연고를 1∼2주간 발라준 뒤 증상이 사라지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끊거나 최소 용량을 유지해야 한다.


병변 부위에 따라 연고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테로이드연고가 나오는 연고 입구의 직경이 5㎜일 때를 기준으로 성인 검지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에 일직선으로 짠 양을 0.5g으로 본다. 얼굴은 1g, 두피 2g, 한쪽 팔 3g, 한쪽 다리 5g, 몸통 8g 정도가 권장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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