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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건강식품 과장광고 주의보 … 효능·효과 따져봐야
입력일 2019-07-11 21:34:44 l 수정일 2019-07-15 18:18:39
유튜브 등 SNS마켓서 판매되는 제품 검증여부 불확실 … 광고·판매자 처벌 규정 마련해야

유튜브 채널 ‘샨토끼’에서 급성·만성 간염치료보조제 ‘에바치온’이 피부미백 효과가 있다고 방송하는 영상 캡쳐본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34)씨는 퇴근 후 유튜브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유튜브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방송인을 일컫는 말)’가 특정 건강식품을 복용한 뒤 살이 빠지고 피로가 덜해졌다며 올린 후기 영상을 보고 해당 제품을 구입했다. 이씨는 매일 그 제품을 복용했으나 인플루언서의 이야기처럼 살이 빠지지 않았고 피로회복 효과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배탈이 나 설사와 오심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이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면서 온라인에 만연한 불법 건강식품 광고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과대광고는 심각한 수준으로 광고 제품도 수 천가지에 달해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약국 품귀현상까지 발생하게 만들었던 급성·만성 간염치료보조제인 조아제약의 ‘에바치온(성분명 글루타티온, Glutathione)’이다. 최근 2030 젊은 여성 사이에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선 약국으로 에바치온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많아진 것은 물론 일부 약국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뷰티 유튜버 겸 배우 김사은이 2017년 12월 당시 구독자 수가 약 8만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채널 ‘샨토끼’에 “에바치온은 피부가 하얘지는 ‘백옥주사’와 성분이 같다”고 말한 영상을 게재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이 약을 4일정도 복용했더니 얼굴이 맑고 투명해졌다”며 “백옥주사를 맞는 것보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에바치온은 입소문을 탔고 포털사이트엔 이 약 관련 문의 글이 폭주했다.

글루타티온은 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인체에 축적된 카드뮴·납 등을 제거하는 해독작용을 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급·만성 간염치료보조제와 약물중독·알코올중독에 사용토록 허가했다. ‘백옥주사’라 불리는 주사제가 글루타티온 성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미백효과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17년 4월 ‘미용·건강증진 목적 정맥주사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글루타티온의 미백효과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백반증·피부위축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선 글루타티온은 30대에 접어들어야 부족해지기 시작하는데 복용할 필요가 없는 청소년·20대 초중반이 이 약을 남용할 위험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이 유튜브 영상은 이미 23만명이 시청한 상태에서 삭제됐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잘못된 정보로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이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사과문 게재 또는 영상 삭제가 취하는 조치의 전부다. 조아제약 측은 특정 인플루언서나 개별 약사가 자기 견해를 갖고 SNS나 약국에서 에바치온의 효능·효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까지 간섭하거나 그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식약처는 지난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켓에서 ‘다이어트’, ‘헬스’, ‘이너뷰티’ 등을 표방하며 판매되고 있는 식품을 집중 수거·검사에 나섰다. SNS 마켓은 주로 판매자가 제조업체와 협업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자체 제작 또는 판매자가 직접 선별한 상품을 판매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원 수 10만명 이상인 카페, 페이스북 등 SNS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트, 헬스 표방 제품 총 136개에 대해 식중독균 검사와 함께 비만치료제(23종), 스테로이드(28종) 등 의약품 성분을 검사한 결과 다이어트 제품 5건, 헬스 제품 3건, 이너뷰티 제품 1건이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총 9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조치가 내려졌다.

다이어트 효과를 내건 제품은 ‘새싹보리 분말’ 등 5개 제품이 적발됐는데 대장균·금속성이물·타르색소 등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단백질 보충용 3개 제품은 모두 단백질 실제 함량이 표시된 양보다 부족했다. 이너뷰티 효능을 내세운 ‘레몬밤’ 액상차는 세균수가 기준을 초과했다.

SNS 마켓 등 온라인에서 판매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 허위 및 과대광고 사례도 적발됐다. 총 1930개 판매 사이트가 적발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차단 조치 됐으며 다이어트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도록 한 사례가 1559건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원재료 효능·효과 소비자 기만광고(328건), 부기 제거 등 거짓·과장 광고(29건), 비만 등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8건), 체험기 광고(6건) 순이었다.

효과를 인정받지 않은 일반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효과를 과장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조사 대상이 회원수 10만명 이상의 카페나 페이스북이었던 점으로 볼 때 드러나지 않은 문제 제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을 받은 제품도 과장광고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32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밴쯔’(29·본명 정만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2017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잇포유’를 론칭하면서 다이어트 효과 등을 홍보하며 소비자에게 치료 효과로 혼동을 줄 우려가 있는 광고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건강기능식품은 광고를 하기 앞서 건강기능식품협회의 사전광고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하는 대전지법 형사 5단독(서경민 판사)은 지난 4월 25일 사전 심의받지 않은 광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튜버 밴쯔에 대한 선고공판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6월 건강기능식품 광고와 관련해 “건강기능식품협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규정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검증받은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정확한 이해없이 팔로워에게 근거없는 효과를 설명하고 오류에 대해선 나몰라라하는 무책임한 인플루언서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고 사전심의 없이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허용하게 된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구입하고자 하는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꼼꼼히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의 무책임한 행위 등에 대한 처벌 조항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보건당국이 현행법상 위반자를 적발해도 법원의 판례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처벌도 보류 또는 감면될 상황에 놓여 있다. 결론적으로 제조자 및 판매자의 마케팅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그것이 명백한 허위·과장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가능한 법적 조항이 정교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켓 이용이 급증하면서 과대광고를 적발하기 위해 모니터링 단을 구성하고 점검했지만 워낙 양이 많아 과대광고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건강보조식품만으로 체중을 줄였다거나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는 건 사실상 과장광고라 생각하고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세준 기자 smileson@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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