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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각해 채무 갚겠다는 제일병원, 노조 “실질적 행동 없다” 비판
입력일 2019-06-11 01:14:19 l 수정일 2019-06-13 11:32:39
채무액 1454억원, 병원 리모델링 과투자·저출산 겹쳐 … 채권단, 매각후 병원 세부운영 계획 요구

최진호 제일의료재단 관리인이 10일 제일병원 모아센터 지하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채권자 등 관계인 설명회에서 병원 회생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를 맞은 제일병원이 병원 부지 및 건물 매각을 통해 채무를 변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병원 부지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이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제일병원 부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전망이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제일병원이 있는 서울시 중구 묵정동 1-17 외 11개 필지와 제일병원 여성암센터 등 9개 건물을 약 1300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부동산 인수 후 이들 용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부동산 개발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말 기준 제일병원의 자산총액은 1258억원이며 채무규모는 회생담보권 660억원, 미지급 급여 등 공익적 채권 282억원, 회생채권 402억원 등 1454억원에 달한다.

재일의료재단 측 관리인으로 선임된 최진호 본부장은 10일 오전 제일병원 모아센터 지하3층 대강당에서 열린 채권자 등 관계인 설명회에서 “무리한 병원 시설 확장,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의료수익 감소, 수익 대비 과도한 인건비 지출, 임직원 이탈 등으로 회생절차 개시에 이르게 됐다”며 “채권자의 변제율 제고를 위해 재단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제일의료재단이 제일병원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병원 인수자 협상에 나서지 않고 병원 부동산 매각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보건의료노조 제일지부(민주노총 소속) 관계자는 “재단 측에 부동산 매각 외에 다른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봤는지 묻고 싶다”며 “부동산매각은 각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될 때에만 진행하는 것인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부동산 매각이 아니면 파산’이라는 논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진호 본부장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가 “원론적인 답변만 하지 말라”고 말을 막자 다른 참석자가 “조용히좀 합시다, 듣고 얘기해 듣고”라며 언성을 높여 장내 분위기가 순간 냉랭해지기도 했다.

최진호 본부장은 병원 정상화 노력 없이 부동산 매각에만 매달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6년 내내 적자가 지속돼 외부업체로부터 병원컨설팅을 받은 결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전체 지출 중 인건비 비율이 55% 미만을 유지해야 하는데 당시 병원은 60%에 육박해 임직원 급여를 30%가량 삭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원 정상화를 위해 급여를 삭감했더니 파업이 발생했고 간호사와 의료진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병원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전문병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숱한 사업체를 돌아다니며 인수대상자를 찾았지만 채무 변제를 위해 1400억원이나 되는 비용을 출연할 만한 곳은 마땅치 않았다”며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 같은 공익채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불어나기 때문에 빠른 해결이 필요했고 불가피하게 부동산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각안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제일의료재단은 묵정동 제일병원 부동산 매각 이후 경기도 일대 분원의 규모, 고용승계, 재원마련 등 세부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일의료재단이 진정으로 제일병원 분원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임금채권 해결, 병원 신축비용과 초기 운영비용 등 재원 마련 계획, 새 병원 규모와 고용승계 관련 계획, 병원 신축에 걸리는 3년간 병원 운영계획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일병원은 1963년 12월 개원과 동시에 국내 첫 자궁암 조기진단센터를 열고, 1974년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초음파진단법을 도입하는 등 국내 여성의학 발전을 선도해왔다. 1996년 설립자인 고 이동희 씨의 유언에 따라 삼성의료원에 무상으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삼성제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동희 씨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큰 형인 이병각 씨의 장남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 된다.

2006년 이동희 씨의 장남인 이재곤 씨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10년 만에 삼성과 분리됐고 병원 이름도 삼성제일병원에서 다시 제일병원으로 변경됐다. 이때부터 저출산 추세와 함께 무리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병원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8~2014년 병원 리모델링, 교육수련원 및 암센터 건설 등을 위해 막대한 금융권 대출을 받아 매년 이자만 3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출산 추세가 가속화되며 2017년 1000억원이었던 의료수익은 2018년 800억원으로 200억원 감소했다.

결국 경영악화로 파산 직전에 이르면서 지난 1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를 적용받고 3개월간 투자처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배우 이영애 씨와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네트워크병원인 예치과의 병원경영지원회사인 메디파트너 등이 인수 의향자로 입방아에 올랐지만 결국 무산돼 헛물만 들이킨 격이 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파빌리온자산운용이 제일병원 부지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담보권자 75%(이하 금액기준), 채권자 66.67% 이상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야 한다. 회생계획안에는 파빌리온자산운용이 부동산펀드를 통해 제일병원 부지를 개발하고 제일병원은 수도권 내 새 부지로 이전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병원 매각안은 향후 7월로 예정된 이해관계인 집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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