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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환자 3만명 육박 … PCR6종·12종만 보험, 추가 검사 권유해 과잉진료
입력일 2019-04-08 01:30:49 l 수정일 2019-06-05 16:26:38
사면발니·곤지름 성관계 없이 신체만 접촉해도 감염 … 임질·클라미디아감염 70% 증상 없어 정기검진 중요

성병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조기에 남녀가 함께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성(性)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워지면서 최근 몇 년 새 ‘성매개질환(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D)’, 즉 성병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성매개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성병은 2016년 한 해에만 2만4526건이 보고돼 2015년 1만8444건 대비 3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클라미디아감염증 8438건(전체의 34.4%), 성기단순포진 6702건(27.3%), 곤지름 4202건(17.1%), 임질 3615건(14.7%), 매독 1569건(6.4%) 순었다.

성병은 성관계나 접촉으로 세균·바이러스가 전염돼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개인의 성생활과 연관돼 사랑하는 사이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든 게 사실이다. 최근엔 결혼 전 웨딩검진에 성병검사를 포함해 부부가 함께 검사받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환자들이 부끄러움, 창피함을 이유로 ‘쉬쉬’하며 숨긴다.

하지만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파트너에게도 병을 옮기고 심할 경우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가급적 빨리 남녀가 함께 병원을 찾아 성병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성병 중 매독, 임질, 비임균성요도염, 연성하감, 클라미디아감염증, 성기단순포진, 곤지름(콘딜로마) 등 7종이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성병에 걸리면 △배뇨시 통증·배뇨이상·불편감 △성기와 성기 주변 긴장감과 통증 △음경·음부의 이상한 분비물 △성기·성기 주변의 반점 △크고 작은 궤양 등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세부질환에 따라 여러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디움(Treponema pallidum)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병하는 성병이다. 매독 1기는 성기와 항문 주위에 단단하고 동그란 형태를 띠면서 통증이 없는 피부궤양이 생긴다. 2기까지 진행되면 손·발바닥에 피부발진이 발생하고 발열, 두통, 비염, 피부발진, 피부 벗겨짐, 치아변형, 각막염, 난청, 장기손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매독균은 1회 접촉 때 50~60%가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이 세균에 감염된 산모는 거의 100%의 확률로 아이에게 선천성 매독을 감염시킬 수 있다.

‘임질’로 불리는 임균성 요도염은 나이세리아 고노리아(Neisseria gonorrhoeae)라는 임균이 원인으로 요도 주변이 빨갛게 헐고, 배뇨시 요도에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밖에 요도 가려움증, 빈뇨, 따끔따끔한 배뇨통 등이 동반되며 며칠 후 요도에서 노란색의 요도 분비물(고름)이 나오게 된다.

임균 외에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Trichomonas vaginalis), 마이코플라스마 호미니스/제니탈리움(Mycoplasma hominis/Mycoplasma genitalium), 유레아플라스마 유레아라이티쿰(Ureaplasma urealyticum),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Chlamydia trachomatis),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등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비임균성 요도염이라고 한다.

연성하감은 헤모필루스 듀크레이균(Haemophilus ducreyi)에 의해 발생하는 궤양성질환으로 성교 후 2~5일이 지나면 구진이 생기고 이어 통증과 함께 표면이 지저분한 궤양이 동반된다. 여자보다 남자 환자가 훨씬 많은 게 특징이다.

단순포진은 헤르페스바이러스(HSV, Herpes simplex virus)에 의한 성병으로 유럽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퍼진 전염성 강한 질환이다. 남성은 음경 표면이나 포피 안쪽에 주로 나타난다. 여성은 소음순 안쪽 또는 주변, 질 내벽에 나타난다. 심할 경우 자궁경부까지 수포가 생겨 속옷이 닿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흔히 ‘곤지름’으로 알려진 콘딜로마(chondyloma)는 ‘인체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로 발생하는 성병으로 음부나 회음부 점막 피부에 포도송이 모양의 사마귀가 나타난다. 파트너와 성접촉 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약 1~2개월이 지나서야 음부에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좁쌀만 한 혹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병이 아닌 단순한 사마귀로 착각할 확률이 높다.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무방비로 성생활을 이어가다 새로운 성 파트너에게 병을 옮기기 쉽다. ‘후진국병’이라는 별명처럼 선진국에서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원래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성병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유지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감염은 약 70%가 증상이 없고 소변검사를 해도 멀쩡해 진단이 쉽지 않다”며 “매독,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등은 성관계 직후엔 검사해도 진단되지 않다가 3~4주가 지나야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병은 증상이 있든 없든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 태아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성병은 대부분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로 진단한다. 이 검사는 검체 속 유전자 정보를 몇 천, 몇 만배로 증폭시켜 원인균을 분석한다. 검체로 남성은 소변·정액·전립선액, 여성은 소변·질 및 자궁경부 분비물을 이용한다. 이중 소변 채취가 가장 일반적인데 아침 첫 소변이나, 2~3시간가량 소변을 참은 뒤 배뇨시 처음에 나오는 소변을 채취하는 게 좋다.

현재 PCR 6종검사와 PCR 12종검사는 보험이 적용돼 2만~3만원만 부담하면 검사받을 수 있다. PCR 6종검사는 △나이세리아 고노리아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유레아플라즈마 유레아라이티쿰 △마이코플라즈마 제니탈리움 △마이코플라즈마 호미니스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 등 6종의 원인균으로 발생한 성병을 진단한다.

PCR 12종검사는 기존 6종에 질염을 유발하는 가드네렐라 바지날리스(gardnerella vaginalis, 질염균)·유레아플라즈마 파붐(ureaplasma parvum, 질염균)·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 매독균)·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질염균)·헤르페스바이러스 타입1(hsv type1)·헤르페스바이러스 타입2(hsv type2) 등 6종의 원인균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검사 후 1~2일이 지나면 검사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한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일부 개원가에서 보험이 되는 6종이나 12종 외에 검사균을 추가하라고 권유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12종을 제외한 나머지 균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고, 위험한 성병을 유발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불요불급한 검사를 한두 가지 더 추가하고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것이라 주의가 요망된다. 

성병 예방의 핵심은 ‘성병에 감염되지 않은 한 명의 파트너와 성관계하기’다. 콘돔 착용도 중요하지만 성병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유지형 교수는 “지독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사면발니,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한 곤지름 등은 성기 삽입이 아니라 신체적인 접촉만으로 전염될 수 있다”며 “남성은 콘돔, 여성은 페미돔과 살정제를 사용하고 성교 후 즉시 성기 부위를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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