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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프로모션의 명암 … 상생의 호적수(好敵手) 찾아야
입력일 2019-03-20 20:01:52 l 수정일 2019-03-26 18:26:57
외국계 제약사 계약해지·수수료 인하 등 위험 많아 … 속내 아는 국내사간 장기제휴 유리함 부각

지난 7일 유한양행과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빅타비’의 공동 마케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외국게제약사 오리지널 제품의 판매대행 수수료로 채우고 있다.

신약개발부터 마케팅·영업까지 제약사 간 생존을 위한 ‘코프로모션’(전략적 제휴)이 필수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 개발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 기술·영업력을 보유한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매출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기존 코프로모션은 주로 외국계-국내 제약사의 제휴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외국계 제약사는 영업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기존 국내 제약사가 보유한 영업조직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국내 제약사는 판매에 대한 수수료로 매출을 늘리는 구조였다.

지난 7일엔 유한양행과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나트륨·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푸마르산염, bictegravir·emtricitabine·tenofovir alafenamide)’의 공동 마케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미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어, tenofovir)’, C형간염치료제인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와 ‘하보니(성분명 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ledipasvir·sofosbuvir)’ 등을 대행 판매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1조원이 넘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이같은 판매대행 수수료 수입으로 채우고 있다.

대형제약사뿐 아니라 중소제약사도 공동판매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진약품은 2016년 세르비에, 2017년 머크 등과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제품 파이프라인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로서는 외국계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도입해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게 정체된 분위기를 전환하는 측면에서도 불리할 게 없다.

그러나 이같은 코프로모션으로 이룩한 성장은 계약이 종료되고 판권을 회수당하면 큰 손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 판매대행 업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에 따른 수수료 하락과 외국계 제약사가 요구하는 불공정 계약조항 등 곳곳에 독소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코프로모션을 종료하는 외국계 제약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노바티스는 현대약품에서 유통하던 ‘타렉(성분명 발사르탄 balsartan)’, ‘자이렙(성분명 플루바스타틴나트륨 fluvastatin sodium)’ 등을 지난 1월 직접 유통한다고 밝혔다. 한국머크는 영진약품과 ‘콩코르(성분명 비소프롤롤푸마르산염 bisoprolol)’ 및 ‘글루코파지(성분명 메트포르민 metformin)’ 코프로모션을 2018년 12월부로 종료했다.

올해 초 판매사를 변경하는 외국계 제약사가 늘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보령제약과 맺었던 ‘탁솔(성분명 파클리탁셀 paclitaxel)·바라크루드(성분명 엔타카비어 entecavir)’ 코프로모션 계약을 종료했다. 이후 판매는 한국BMS가 담당하게 됐다. 

대웅제약은 한국MSD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sitagliptin)’, ‘아토젯(성분명 에제티미브 ezetimibe·아토르바스타틴 atorvastatin)’, ‘바이토린(성분명 에제티미브 ezetimibe·심바스타틴 simvastatin)’ 코프로모션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2000억원의 매출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MSD는 종근당으로부터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안받아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선 외국계 제약사가 조건으로 내건 수수료율이 너무 낮아 남는 이윤이 거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당초 국내 제약사가 낮게 책정한 데다가 국내사 간 수주경쟁에 따르는 자진 인하로 수수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기간과 관련해 계약서 상에 구체적인 기간이 명시됐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계약해지가 가능토록 하는 독소조항이 삽입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독보적인 제품과 국내 영업력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하는 코프로모션이 외국계 제약사의 횡포로 인해 국내 제약사 간 치킨게임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외국계 제약사의 행태에 맞서 국내 제약사간 협력 사례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 범위도 공동 영업 및 마케팅을 넘어 신약개발까지 확대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월부터 일동제약과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현호색·견우자 에탄올 연조엑스)’의 코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자체 판매방식으로는 더 이상 매출 증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종합병원 및 의원 구분없이 공동 판매해 매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앞서 동아에스티가 2018년 5월 CJ헬스케어와 공동 판매를 시작한 DPP-4(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과 ‘슈가메트(에보글립틴+메트포르민 metformin)’는 총 매출이 9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DPP-4억제제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gemigliptin)’와 ‘제미메트(성분명 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는 기존 외국계 제약사와 공동판매를 진행했으나 2016년 대웅제약으로 파트너사를 변경한 뒤 급성장을 이뤄냈다. 2018년 제미글로의 매출은 280억원, 제미메트는 5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코프로모션의 효과를 톡톡이 봤다. 대웅제약이 ‘자누비아’로 당뇨병 시장에서 영업망과 노하우를 확보한 덕분이다.

업계 1, 2위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공동신약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차세대 고셔병치료제 관련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사는 신약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협업을 진행하고 임상개발 및 적응증 확장 등 협력분야 확대를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이같은 협력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국내사들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효율적인 파트너 관계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갑질을 일삼는 외국계 제약사 대신 호적수를 택한 것이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협력채널을 활용해 각 제약사 간 상생의 길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은 계약 해지당할 위험이 높고 수수료 마진율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에서 계약 종료 시 주가하락 등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국내사 간 코프로모션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손세준 기자 smileson@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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