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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쏘아올린 먹방 규제 논란 … 푸드포르노 실체는?
입력일 2018-11-27 18:52:43 l 수정일 2018-12-10 15:38:47
시각자극 노출시 뇌 쾌락중추 활성화, 어릴수록 영향 커 … 임상근거는 불충분 반론도

한 해외 연구에서 음식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모습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욕망과 관련된 두뇌 부위의 신진대사가 24%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혼술족이 늘면서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떠올랐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인기 BJ의 먹방은 조회수가 수십 만, 수백 만 건에 달한다. 먹방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푸드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먹방은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의 한류 영향으로 떡볶이, 김밥, 비빔밥, 순대 등의 음식이 먹방을 통해 외국에 소개됐다. 2016년 10월 미국 CNN은 한국의 먹방을 ‘사회적인 식사’라고 소개했다. 음식 선택 후 채팅방에 접속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새로운 트렌드로 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비만 예방 대책의 하나로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 방안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뒤늦게 실태조사를 벌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라며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7월 2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은 ‘최근 먹방과 같은 폭식조장 미디어로 인한 폐해가 우려됨에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폭식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복지부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먹방 규제 관련 청원만 130건이 올라왔다.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먹방을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규제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다”며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먹방 콘텐츠의 기준을 정립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먹방을 통해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만 봐도 살이 찔까. 먹방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 연관성이 없다는 상반된 연구도 많다. 오히려 식욕 증가보다 식사 대리만족 효과가 크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지난 5월 영국 리버풀대 애나 콧츠 박사팀이 영국 유명 유튜브 스타가 몸에 해로운 정크푸드를 먹는 ‘먹방’을 어린이 피실험자에게 보여주고 초콜릿, 젤리 등을 간식으로 준 결과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평균 26% 높았다. 콧츠 박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10세 안팎의 아이들은 먹방을 보면 즉시 에너지 섭취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 부모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먹방이 식욕 증가보다 오락이나 대리만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가 2017년 4월 최근 6개월 이내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시청자 273명을 조사한 결과 식탐을 높이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직 충분한 임상근거는 없지만 이론적으로 먹방이 식욕 증진과 비만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유순집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외과 교수는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음식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모습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욕망과 관련된 두뇌 부위의 신진대사가 24% 증가했다”며 “이는 음식 콘텐츠 노출되면 보상중추가 자극받아 식욕이 증진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시각자극에 노출되면 충동과 관련한 뇌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고, 식욕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그렐린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또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는 행복·쾌락호르몬인 엔도르핀과 도파민 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때 경험을 뇌가 기억하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보기만 해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해 식탐이 생긴다”고 말했다.

먹방을 보면서 무언가를 먹는 습관이 들었다면 일종의 중독 상태일 수 있다. 유 교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우울한 상황에서 자꾸만 먹방을 찾고 무언가를 먹는다면 간접적인 중독 상태라 ’일주일에 2~3번만 본다‘ ’10분 이내로 본다‘는 등 스스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비만하거나,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먹방을 아예 끊고, 건강식 요리 영상이나 운동 영상 등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비만 예방을 이유로 먹방을 직접 규제하는 사례는 없다. 미국, 멕시코,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비만을 일으키는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비만을 예방한다. 덴마크의 경우 2011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논란 끝에 시행 1년 뒤 폐지했다. 비만세가 부과되는 식품은 주로 저소득층이 소비하기 때문에 비만세를 부과할 경우 경제적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비만세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음식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실제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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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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