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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떠나니 내 건강도 안녕 … 기러기아빠, 종합병원 되는 이유
입력일 2017-12-01 19:04:01 l 수정일 2017-12-07 15:50:22
잦은 인스턴트식품 섭취, 외로움 잊으려 혼술 … 반복스트레스에 취약, 동호회 참여 권장

기러기아빠 중 상당수가 자신을 애처롭게 보는 주변 시선이 싫어 모임 참석을 꺼리는데 이런 식으로 고립을 자초하면 마음의 병이 커질 수 있다.

자녀의 유학과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지방이전 여파로 혼자 사는 40·50대 ‘기러기아빠’가 늘고 있다. 반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중년남성들은 가족이 떠나고 혼자 남은 환경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다.


이여봉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포럼 최근호에 실은 ‘1인가구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1인가구 중 40·50대 중년의 비율은 2000년 24.4%에서 2016년 32.5%로 올랐다. 이 중 40·50대 1인가구는 54만1115명에서 175만4903명으로 3.24배나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조기유학, 중년 이혼율 상승, 공기업 지방 이전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원래 중년기는 부부가 자녀를 함께 양육하며 직업적으로 안정되고 소득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기”라며 “하지만 1인가구 증가로 살림이 쪼개져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가족과 떨어져 정서적으로 외롭고, 건강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러기아빠들은 40~50대가 가장 많다. 이 연령대는 생애전환기로 각종 질병의 발병위험이 높아 누구보다 건강에 신경써야 하지만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 생활리듬이 무너져 건강을 해치기 쉽다.
상당수의 기러기아빠들이 아침·저녁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퇴근 후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혼술을 한다. 친구와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도 각자 생활이 바빠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 힘들다. 생활리듬이 깨지고 사회적 인간관계도 점차 좁아지다보니 신체질환은 물론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잘 노출된다.
특히 남성은 여성에 비해 짧고 굵은 강력한 스트레스는 잘 견뎌내지만, 외로움 같은 반복적이고 지속되며 미약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가족과 떨어져 나 혼자 밖에 없다는 외로움은 심신이 건강하던 사람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점차 심해진다. 처음엔 해외에 있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삶의 의지를 불태우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울감과 권태감이 겹치면서 의욕을 잃고 심할 경우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외로움 탓에 혼술을 하고 밤잠을 설치는 게 반복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고 대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졸 분비가 활성화된다. 코르티졸이 과분비되면 면역세포의 움직임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기러기아빠들의 질병 유병률을 따로 분석한 국내 연구는 없다. 다만 2005년 한 국내병원이 기러기아빠 87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45명(52%)이 소화기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자료임을 고려하면 현재 기러기아빠들의 각종 질병 발생률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여러 유형의 사람을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떨어져 있는 가족을 대신해 옆에서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줄 사람을 만들면 삶이 한결 윤택해진다. 운동이나 취미 관련 동호회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혼자 자신을 애처롭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싫어 사적인 모임 참석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고립을 자초하면 마음의 병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해 과음하면 오히려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악화되므로 음주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매일은 힘들더라도 1주일에 3~5번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러기아빠는 대화할 사람이 없어 밥을 빨리 먹기 쉬운데 음식물을 한번에 30~50번 씹은 뒤 삼켜야 한다. 음식을 오래 씹어야 침속 아밀라아제가 제대로 분비돼 소화기능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가족간 공감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다 보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 전화, 이메일, 편지, 영상통화 등으로 자주 대화하고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고 책임지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평소 지병이 있다면 비상시 도움받을 수 있도록 가까운 동료나 이웃에게 미리 알리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급하게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1인 중년가구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장, 보건소,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러기아빠에 대한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과 집단상담 및 소통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러기아빠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같은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워 사전예방적 관점에서 정부기관이 기러기가족의 교육 및 관리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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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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