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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의 비양도, 섬의 손자 … 코발트빛 잔잔한 바다풍경 백미(白眉)
입력일 2019-12-31 12:21:09
검멀레, 우도등대, 서빈백사는 필수코스 … 일찍 서둘러야 전부 섭렵, 차 있어야 편리

우도 비양도에서 멀리 우도봉 등대를 바라본 풍경

성산포항에서 우도 천진항을 향하는 배 위에서 본 우도의 평온한 모습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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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제주도 여행 사흘째는 우도(牛島) 걷기다. 섬이 작다고 하여 걸어도 충분할 줄 알았더니 세살·다섯살 배기 아기와 걷기에는 너무 크고 험난하다. 성산포 여객선항에서 출발해 천진항에 내린 지 3분도 안 돼 렌트카를 배에 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말았다.


섬 모양이 소가 배를 깔고 누운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내민 것 같기도 하여 우도란 이름이 지어졌다. 동남쪽 우도봉이 가장 높아 등대도 거기에 있다. 제주도 동쪽에서 찾아오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우도는 면적이 5.9㎢에 불과하지만 섬 모양이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아닌 까닭에 해안선은 17㎞나 된다. 제주도에 딸린 섬 중 가장 넓다. 1697년(숙종 23년)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국마(國馬)를 관리·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의 거주가 허락됐다. 1844년(헌종 10년) 김석린 진사 일행이 입도해 섬 중앙부에 정착했다. 원래는 제주시 구좌읍 연평리에 속했으나 1986년 4월 1일 우도면으로 승격했다.


천진항에 내리니 삼륜스쿠터, 자전거 등 각종 탈 것들을 대여해주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삼륜스쿠터의 시끄러운 소음이 정적인 힐링을 바라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차가 없음에 한동안 당황하다가 결국 섬 일주 순회버스에 올라탔다. 중형버스는 섬을 시계반대방향으로 일주하고 한번 내리면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포인트를 골라 하차해야 한다.


우도팔경이라는 게 있다. 1경은 주간명월(晝間明月)로, 한낮에 굴 속에서 달을 본다는 뜻이다. 우도봉 남쪽 어귀의 광대코지(岬, 코지는 바다로 돌출된 곶을 일컫는 제주 방언)로 불리는 암벽 주위에 여러 개의 해식동굴이 있는데, 맑고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동굴의 동그란 창으로 들어온 한낮의 햇빛이 어두운 수면에 반사되면서 마치 둥근 달처럼 보인다고 한다.


우도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우도등대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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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은 후해석벽(後海石壁)으로 바다를 등지고 솟아 있는 바위 절벽을 뜻한다. 광대코지 인근, 우도 동쪽의 웅혼한 수직절벽을 일컫는다. 제3경은 지두청사(指頭靑沙)로 등대가 있는 우두봉 꼭대기(지두)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과 맑고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의 풍경을 통틀어 일컫는다. 제4경은 동안경굴(東岸鯨窟)로 우도봉 북동쪽 뒷마을의 ‘검멀레’ 해변에 ‘콧구멍’이라는 2개의 해식동굴이 있는데, 거인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제5경은 야항어범(夜航漁帆)으로 매년 6~7월 집어등을 켠 채 조업하는 어선들의 휘황찬란한 광경이다. 주로 우도 북동쪽 모래톱(특히 비양도 이남 해양광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제6경은 서빈백사(西濱白沙)로 서쪽의 흰 모래톱이라는 뜻이다. 섬 서쪽에는 산호 백사장이 하얀 빛으로 반짝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제주도 본섬 지미봉(地尾峰·지미오름)의 경치가 일품이다. 제7경은 천진관산(天津觀山)으로 우도의 관문에 해당하는 동천진동에서 성산 일출봉과 수산봉(水山峰·수산오름)·지미봉 등 기생화산을 품고 있는 한라산의 빼어난 절경을 볼 수 있다. 제8경은 전포망도(前浦望島)로 구좌읍 종달리(終達里)와 하도리(下道里) 사이의 앞바다에서 본 우도의 모습이다.


○○팔경치고 명실상부한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다 둘러보기도 그렇고 의념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게 대부분이라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우도등대, 검멀레, 비양도, 서빈백사장(산호사물코) 등을 필수 코스로 추천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나머지 포인트를 둘러볼 일이다.


검멀레 해변에서 바라본 우도봉 해안의 후해석벽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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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도봉(牛島峰·쇠머리오름)에 올랐다. 우도에서 해발이 132.5m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늘도 없는데 다섯살배기 아들은 싱싱카를 타고 겁없이 오르막을 달린다. 아빠가 뒤따라오지 않으니 피곤한지 겁나는지 지겨운지 갑자기 싱싱카를 내팽개치고 좌충우돌이다. 나무가 없어 그늘 한 점 보기 힘든 터라 이해가 간다. 우도봉 동쪽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닷가에 층층이 쌓인 게 후해석벽이다. 전북 부안의 적벽강 비슷한 것. 아이 때문에 우도봉 등대까지 가지 못하니 지두청사를 눈에 품지 못하고 하산했다.


우도봉 능선에서 바라본 검멀레 해변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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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검멀레로 검은 모래의 해수욕장이란 뜻이다. 더위 탓에 검멀레 해식동굴인 동안경굴도 패싱이다. 노점에서 우도의 특산품이라는 땅콩을 크림 위에 가득 얹은 아이스크림을 사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인근 카페에 들어가려하니 자기 가게에서 파는 음식이 아닌 것을 들고 입장하는 것은 절대 불가라한다. 아이들이 더워서 그렇다고 사정해도 막무가내다. 관광지 상점의 인심이 이토록 사나운 것인가. 결국 상점과 상점 사이의 빈 공간에 놓인 꽤 지저분한 파라솔에서 아이스크림, 간식을 먹이며 한낮 더위를 식혔다.


이어 버스를 타고 비양도(飛揚島) 입구에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우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우도가 소 모양이라면 오른쪽(동쪽) 어깨 부근이 비양도다. 포장도로로 연결돼 있다. 제주도 한림읍 앞바다에도 한자 이름까지 똑같은 비양도가 있으니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도의 비양도는 섬의 섬의 섬, 섬의 손자라고나 할까. 코발트빛 바다에 파도가 살랑대며 바다내음을 전하니 호젓이 산책하기에 좋았다. 40분 정도 사진도 찍고 여유를 잡았더니 시간이 훌러덩 흘렀다. 순환버스의 막차가 일찍 끊기기 때문에, 성산항으로 돌아갈 배편도 오후 6시반이 마지막이기에 다 둘러보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 게다가 출발점에서 멀어질수록,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버스는 만원이다.


우도 북동쪽 하고수동 해변은 해안선이 만(灣)처럼 움푹 깊이 들어와 바다가 잔잔하고 물이 깊지 않아 가족 단위의 휴가지로 최적의 장소다. 식당, 카페,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기는 들르지도 못하고 망루(연대, 봉수대)에 내렸다.


망루는 우도 북쪽 끝에 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불꽃과 연기로 외부의 침입 등 급한 상황을 알리던 군사통신 수단이었다. 지금은 망루 옆에 등대가 세워져 배들의 안전 운항을 지원한다. 시간이 촉박해 버스를 타려니 초만원이다. 망루 이후에는 우도의 서쪽 해안인데 비좁은 버스 안에서는 아이를 안고 서 있을 수조차 없으니 여유로운 바다 풍경은 그림의 떡이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줄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때마침 빈자리가 생겨 후딱 아들 녀석을 좌석에 앉혔다. 그랬더니 50대 중국 여성이 자기 일행을 앉히려는데 꼬마가 앉았다며 아들놈 등을 떠미는 것이었다. 이 순간 부아가 치밀지 않은 아빠가 어디 있으랴.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여기가 타국인지라 내릴 때까지 잠자코 앉아 있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에 몇마디 건냈더니 창밖만 보며 표정이 어둡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자의 경험상 선진국으로 여행갈수록 이런 상황에서 양보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훈훈하다는 것이다.


우도 서빈백사, 산호사물코로 명명됐지만 이 곳 백사장 모래는 산호 파편이 아니라 홍조류가 침착시킨 탄산석회 덩어리다.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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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지 못한 우도 서안의 제6경 서빈백사(산호사물코, 홍조단괴해빈)는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착시켜 형성한 흰 알갱이가 물결에 휩쓸려와 해안에 쌓인 것이다. 산호가 아니라 탄산칼슘 알갱이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이곳의 모래는 반출이 금지돼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을 보니 모래색이 하얗지 않고 수수처럼 붉은 기운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동해안의 느낌이 다르듯 제주도에서도, 우도에서도 동안과 서안은 결이 다른 이미지를 준다.


차 없어서 고생하고, 검멀레 카페에서 맘 상하고, 중국 여행객 때문에 버럭 성질내고 세 가지 언짢음이 있었지만 우도의 낭만적인 풍경은 지금도 머리에 선하다.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우도등대에서 섬 전체를 조망하고 해안가의 해식동굴도 보고, 하고수동 해변도 거닐어 볼 수 있으려나. 우도에는 여기저기 액운을 쫓는 방사탑(防邪塔)과 해녀들의 조업장이 있다는데 그것도 못 본 여행이다.


성산포항에 내려 시간이 남으니 해가 질때까지 제주도 남동쪽 해안도를 드라이브했다. 초여름 해질녘 남녘 바다의 푸르름이 넘실대는 시간은 좋았다. 표선부터 남원까지의 코스였다. 아내는 카페에 들러 차 한잔을 했고, 기자는 올레길을 잠시 걸었다. 끝나고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에 들러 해물뚝배기탕을 먹고 저녁 안주거리로 횟감을 떴다. 회는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양에 신선하고 이것저것 제법 구색이 다양한데 2만원이다. 생선회에 맥주 한 잔 걸치니 서귀포 앞바다의 밤 풍경과 어우러져 이처럼 소박한 만족도 없을 듯 싶다.

정종호 기자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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