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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녀’ 만들어준 여성질환 특효약 쑥, 개똥쑥·인진쑥과 다른 점
입력일 2019-12-19 16:57:39
따뜻한 성질, 생리통·생리불순 개선 … 개똥쑥 암, 인진쑥 간질환에 효과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한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약초’라고 하면 단연 쑥을 떠올리게 된다. 단군신화로 잘 알려진 (학명 Artemisia princeps) 은 ‘7년 묵은 병을 3년 묵은 쑥으로 고쳤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약초로 애용돼왔다.


초롱꽃목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푸르고 잎 뒷면에 젖빛의 솜털이 나 있다. 보통 4월 초부터 6월 중순 사이에 잎을 뜯어 햇볕에 말린 뒤 사용하는데 4월에 채취한 쑥은 맛과 향이 좋아 식용으로, 5~6월에 채취한 것은 약용으로 쓴다. 조상들은 단오(매년 6월 7일, 음력 5월 5일) 전후에 채취한 쑥을 가장 으뜸으로 여겼다. 한의학에선 쑥잎을 말린 것을 ‘애엽(艾葉)’이라고 해 기혈순환 촉진, 출혈 억제, 통증 개선 등에 사용했다. 약쑥은 약이 되는 쑥이라는 포괄적 의미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약쑥은 애엽을 말한다.


쑥은 유독 남성보다 여성에게 좋은 약초로 알려져 있다. 성질이 따뜻해 부인과질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된다. 손발과 아랫배가 항상 차거나,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자주 겪거나,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여성이 쑥을 달이거나 고아서 먹으면 증상을 개선하고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임신 중 무리를 하거나 체력이 떨어져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하혈이 동반되는 태동불안(胎動不安)이 나타날 때 쑥을 달여 마시면 효과적이다. 여성의 만성적인 허리·어깨통증, 냉기, 습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효능을 나타낸다. 단군신화에서 쑥을 먹은 곰이 아리따운 웅녀로 변한 것은 이같은 쑥의 약효 덕분이 아닐까.


쑥을 오래 먹으면 추위에 대한 내성과 소화기관이 강화돼 몸이 차서 나타나는 복통, 설사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약리효과에 착안해 개발된 게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정(성분명 애엽추출물)’으로 대부분의 양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


아울러 위장점막의 혈액흐름을 활발하게 해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강화한다. 이러면 피부나 안색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쑥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 미네랄 등은 간 해독기능과 지방대사를 원활하게 해 피로회복 및 체력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쑥에 들어있는 양질의 섬유질은 장의 연동운동과 점액분비를 원활하게 해 쾌변을 도와준다.  아울러 피를 맑게 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방대사를 촉진한다.


쑥은 항암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쑥 특유의 향기를 내는 시네올(cineol) 성분은 종양을 억제하는 인자인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촉진해 암과 백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다른 성분 유파틸린(eupatilin)은 항상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한 종류로 위벽을 보호해 위암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베타카로틴(β-carotene)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침입으로 약해진 몸의 저항력을 길러준다.


쑥은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에게 좋다. 반대로 소양인 체질이 많이 먹으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랫배가 차가워질 수 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개똥쑥(학명 Artemisia annua)은 일반 쑥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성질과 약효는 전혀 다르다. 6~8월에 개똥처럼 노란 꽃이 피어 개똥쑥, 황화호(黃花蒿)라고 부르며 계피와 비슷한 향이 난다. 손으로 뜯어 비벼보면 개똥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개똥쑥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약 1m 높이까지 자라고, 풀 전체에 털이 없으며, 줄기는 녹색으로 여러 개의 가지가 갈라진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몽골·시베리아 등의 길가, 빈터, 강가 등에서 자생한다.


한의학에선 개똥쑥 잎을 말린 청호(靑蒿)를 발열, 감기, 소아불량, 이질, 소아의 열성경련, 피부 가려움증, 피부염,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개똥쑥은 2008년 미국 위싱턴대 연구팀이 ‘항암치료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항암효과는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암환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국내에선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개똥쑥 잎과 줄기 추출물을 동물에게 투여했더니 유방암, 자궁경부 상피세포암, 위암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다만 일반 쑥보다 성질이 차가워 소화력이 약하거나, 식욕이 떨어진 상태이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암환자 중 설사를 자주 하고 체중이 점차 감소하는 경우엔 복용을 삼가야 한다. 며칠 전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40대 남성 환자가 개똥쑥을 먹은 뒤 설사가 나고 힘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어 한의원을 찾았다. 소음인 체질에 맥이 약한 이 환자는 부친이 달여준 개똥쑥을 먹은 뒤 몸이 더 나빠진 사례였다.


개똥쑥은 한번에 12g 이하만 달여먹는 게 바람직하다. 피부질환 치료시 즙을 내거나 가루로 만들어 개어 바르는데, 이 땐 용량 제한이 없다.


간을 이롭게 하는 약으로 유명한 인진쑥(Artemisia capillaris Thunberg, 茵蔯蒿)도 일반 쑥과 성질과 효능이 다르며 오히려 개똥쑥과 비슷한 면이 있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죽지 않는다고 해서 ‘사철쑥’으로도 불린다. 잎 뒷면이 일반 쑥은 거친 흰 솜털이 난 반면 인진쑥은 부드럽고 가는 털이 촘촘한 게 다르다. 이파리도 코스모스나 당근잎에 더 가까워보이는 게 인진쑥이다. 개똥쑥은 겨울이면 잎이 다 죽었다가 새로 나지만 인진쑥은 일부만 죽고 계속해서 그 자리에 새잎이 나는 게 다르다.


인진이라는 명칭은 중국 후한 시기 전설적인 명의 화타와 연관된다. 어느날 비쩍 마르고 황달이 낀 환자가 화타를 찾아왔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돌려보냈다. 얼마 뒤 우연히 만난 환자가 건강해져 이유를 물으니 산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고 했다. 확인한 결과 그 풀은 쑥이었다. 한 걸음에 달려가 쑥을 사용해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다음해에 다시 쑥을 캐 사용해보니 효과가 매우 좋았다. 이로 인해 ‘황달이 치료된 이유는 오래된 쑥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원인’을 뜻하는 인(因)과 ‘오래된’을 뜻하는 진(陳)을 합해 인진(因陳)으로 불렸고, 이후 ‘인진(茵蔯)’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한의학에선 인진쑥의 잎, 줄기 부분을 말린 것을 인진호(茵蔯蒿)라고 해 황달, 급성간염, 만성간염, 위염 증상 개선에 사용했다. 인진쑥에 포함된 스코폴레틴(Scopoletin) 성분은 담즙 분비 촉진, 이뇨, 해열 등 약리효과를 나타낸다.


한 번에 4~8g 정도만 달여 먹는 게 정석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거나 체질에 맞지 않으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선행 연구결과 15g 이상 섭취할 경우 간염, 급성 폐수종, 부정맥, 심박저하, 저혈량성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허혈성 간질환을 앓거나 간이 선천적으로 작은 사람에게도 추천되지 않는다. 간독성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지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인진쑥은 같은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인 더위지기(Artemisia gmelinii Weber Stechm)와 헷갈리기 쉽다. 동의보감은 더위지기와 인진쑥을 같은 약초로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식물로 약효가 인진쑥보다 떨어지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아 현재엔 약재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더위지기란 명칭은 여름에 더위를 먹고 쓰러지거나 심한 구토, 현기증을 할 때 먹였던 민간요법에서 비롯됐다. 일반인은 외관상 더위지기와 인진쑥을 구별하기 쉽지 않고 실제로 인터넷엔 두 약초를 혼용하는 등 잘못된 정보가 많아 섭취 전 전문 한의사와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여담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쑥고개’라는 지명은 해당 언덕이나 고개에서 쑥이 많이 자란 데서 비롯됐다. 다만 서울시 관악구내 봉천8동(청룡동)에서 신림2동(서림동)으로 넘어가는 쑥고개는 숯을 굽던 가마가 있던 고개라는 의미의 ‘숯고개’가 변형된 것으로 쑥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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