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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알뜻 잘 모르는 소정방폭포 … 당나라 소정방이 왔다간 곳 아니에요
입력일 2019-12-04 16:33:38
여름에 마을사람 더위 식히던 쉼터 … 돈내코, 새섬, 범섬, 문섬, 섶섬 등 서귀포 코스

그 옛날 여름 농사에 지친 주민들의 물맞이 장소였던 제주도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2009년 8월의 아스라한 추억의 더듬이가 아직 살아있기는 할까. 괜찮은 회사에서 쫓겨나 방황하고 늦깎이로 결혼해 만4살 생일을 맞은 아들과 10년 만에 찾은 여름 제주는 미국의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은 탓인지 10년 전만은 못하지만 의외로 조용해서 좋았다.


한라산에서 남쪽 급경사로 흘러내리는 돈내코 계곡의 원앙폭포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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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은 아침 일찍 돈내코(豚川口)에 갔다. 멧돼지들이 물을 마시는 시내의 입구란 뜻이다. 돈내코는 숙소인 서귀포시 서흥동에서 5.16도로를 타고 차로 달리다보면 북쪽으로 20분 거리다. 한라산을 분수령으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자갈과 바위 밑으로 흐르다 쏟아 올라 고이는 곳이다. 돈내코는 행정구역상 상효동인데 여기를 흐르는 시내가 영천(靈泉)으로 상효동의 윗 동네가 영천동이다. 지도로 보니 숙소와 같은 위도인데 길이 없어서 빙 둘러가는 셈이었다.


한라산을 오르는 경로 중 가장 짧지만 가파른 곳이 돈내코 코스다. 내 나이가 쉰 살이라 이제 몇 해가 지나면 등산하는 것도 힘겨워할 텐데 아직은 어린 아들을 달래가며 중간에 안아달라고 때쓰는 일이 없길 바라며 돈내코 계곡까지 내려갔다. 이제 여름의 시작이고 좀 가물어서 그런지 모기들이 살점을 문다. 


차고 맑은 푸른 물이 자연이란 넓은 대접에 담겨져 있다. 높이 5m 정도의 소담한 원앙 폭포가 졸졸 흘러 서귀포 앞바다로 흘러간다. 돈내코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432호로 지정된 한란 자생지다. 관련 수목원도 몇 곳 있다. 느긋하다면 둘러볼 만한 곳이다.


멀리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본 정방폭포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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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갈 곳은 정방폭포다.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와 함께 제주도 3대 폭포로 불린다. 정방(正房)폭포는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폭포이다. 제대로 보려면 배를 타고 바닷가에서 봐야 한다. 폭포 높이 23m, 너비 10m 정도 되는데 제주도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지하수를 자꾸 파다보니 수량이 줄어 폭포의 장관도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패스하고 소정방(小正房)폭포로 향했다.  작은 정방폭포란 뜻이다. 정방폭포나 소정방폭포가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제주도까지 왔다간 이유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세간의 낭설이 있는데 소정방은 제주까지 오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오히려 인천 소래포구가 소정방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소정방이 중국 산동성 래주(萊州)를 출발해 바다를 건너와 지금의 소래(蘇萊)포구 지역에 도착해 백제를 멸망시켰다고 하여 소정방의 소(蘇)와 래주의 래(萊)를 따서 ‘소래’가 되었다는 설명이 있으나 과거에 인천의 나즈막한 소래산(蘇來山)이 있어서 여기에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방폭포 인근과 폭포 위 평지는 1948년 4.3사건이 일어났을 때 잡혀온 포로들이 수용 또는 학살 당했던 곳이다. 당시 시체가 폭포를 따라 서귀포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한다.


호젓하게 소정방폭포 아래서 초여름을 즐기는 꼬마 어린이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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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방폭포와 정방폭포는 올레길 6번에 있다. 길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주차하기 편해서 정방폭포 주차장에 차를 놓고 500m 거리를 걸어 소정방으로 향했다. 정오가 가까워 더웠지만 걸을 만했다. 전망대 겸 레스토랑인 ‘소라의 성’을 거쳐 좁은 길로 내려가니 5m 높이의 물줄기가 10여 갈래로 흩어지는 프티한 폭포가 보였다. 원래 이 곳 주민들이 여름에 일하고 쉬면서 물을 맞는 장소였는데 관광지가 되면서 휴식하러 온 주민은 없었다. 대신 아직은 관광 성수기가 아니고 또 아직은 어려 경범죄에 걸릴 우려도 없는 아들 녀석을 폭포 밑에 팬티만 입히고 담가놨다. 한참 신나게 물장구를 치더니 아직 한여름은 아닌지라 이내 추위를 타서 10분 있다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혀줬다. 벌써 다섯달이 넘어가는데 영원히 추억할 ‘인생 샷’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정방폭포에서 서귀포항의 잠수함·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앞바다의 새섬, 범섬, 문섬, 섶섬을 차례로 보고 돌아오는 코스다. 서흥동 숙소에서 보면 수수한 보석처럼 박힌 섬들이다. 새섬(茅島)은 초가 지붕을 엮는데 쓰는 띠풀(茅)이 많이 자라서 붙은 이름이다. 새섬은 서귀포항의 서쪽에서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 밤섬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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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虎島)은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둘레 약 2㎞로 최고도 87m인데다가 가운데는 평평하고 옹달샘도 나와 60~70년 전엔 방목도 하고 고구마 농사도 지었다고 한다. 2000년 7월 18일 인근의 문섬과 함께 ‘문섬 및 범섬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421)으로 지정됨에 따라 사유지이지만 무인도가 됐다. 수직의 주상절리(柱狀節理)가 강건하게 보이는데 돌과 경치의 가치를 지면 300억원으로 평가된다고 가이드는 전했다. 주변 해역에는 기복이 심한 암초가 깔려 있어 참돔·돌돔·감성돔·자바리 등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밤섬의 해식쌍굴은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워 다리를 뻗을 때 두 발로 뚫어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제주도 문섬. 출저: 제주도 홈페이지 ©헬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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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섬은 섬에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민둥섬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겨울에도 모기가 죽지 않고 산다 하여 문도(蚊島)라고 불린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섬이 하나의 거대한 돌봉우리로 정상부를 빼면 회백색이다.


섶섬(森島)은 숲섬이라고도 한다. 구실잣밤나무·담팔수·후박나무·사스레피나무·사철나무 등 180여 종의 난대식물이 무성하다. 여기서만 자라는 제주삼도 파초일엽(芭蕉一葉)은 천연기념물 제18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육상은 최고점 155m로 경사가 급하고 섬 주위는 높이 50m의 깎아지른 듯한 주상절리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도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밤섬·문섬 ·섶섬 일대는 스쿠버다이버들이 찾는 세계적인 명품 바다다. 잠수함을 타고 유람하는 상품도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아들은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뽕짝 리듬에 흥에 겨운 듯 손가락짓을 해가면 율동을 한다. 중국 진시황 때 서복(서불)이 동남동녀 500명을 거느리고 와서 불로초를 찾아 헤매다가 정방폭포 벽에 ‘서불과차(徐不過此)’라는 네 글자를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데서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이 유래됐다고 한다. 나도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6월말의 제주로, 아니면 무위자연의 심성으로….


유람선에 내려 세연교를 건너 조그만 세연도를 산책하고 돌아왔다. 운동도 시키고 배고프게 해서 식욕 좀 나게 하려는 셈이었다. 다행히 칭얼거리지 않고 잘 따라다닌다. 이어 서귀포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였다. 제주도에 와서 햄버거라니…, 하지만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대형마트에 들려 모기향이랑 음료수랑 과자를 사갖고 집에 들어가니 어느덧 저녁 8시다. 내일은 아들 엄마가 서울서 오니까 음식 못 먹일 걱정은 없겠지. 안심시키고 애를 재우고 숙소에서 서귀포 앞바다를 내려본다. 깜깜한 바다에 흐릿한 불빛들이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처럼 내리고 나는 와인 반 병을 마시며 내일을 기약한다.

정종호 기자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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