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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어간다는 것 … 내 기준 강요, 과거에 연연
입력일 2019-11-20 16:08:38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는 것 … 호불호가 강해지는 것

젊은 기자들과 매일 부딪히면서 나의 절망과 후배들의 좌절을 함께 본다. 10~20년 전에 이미 젊은이들의 유약함과 허례허식 등이 못마땅하였으나 다행히도 늦둥이를 가지면서 좀 너그러워지게 됐다. 하지만 까칠한 성질은 급할 때나 짜증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감춰놨던 인내의 얄팍한 껍질은 금세 벗겨지고, 너그러운 척하는 위선도 밑천을 보이고 만다.


꼰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옛날에 한창 때 말이야”,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축 처져 있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안 된다고 하지 말고, 해보기는 해봤어?(정주영 투)”, “내가 해 봐서 아는데(이명박 투)”, “내가 누구랑 친한데”, “우리 어렸을 적엔”등등이다.


공자는 나이 40에 자기 생각과 판단에 대해 추호의 의심이나 갈팡질팡하는 일 없는 불혹(不惑), 나이 50에 자기의 운명과 한계를 알게 됐다는 지천명(知天命), 나이 60에 무슨 말을 들어도 귀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체념과 달관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는 이순(耳順)을 말하였는데 쉰이 갓 넘었어도 30대 철부지 수준에서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남들은 고생을 덜해서 그렇다고 하고, 덕분에 주름살도 별로 잡히지 않아 좋겠다고 하는데 과연 옳은 일일까.


과거에 승승장구했다는 사람 치고 막상 뒤짚어보면 대한민국은 관두고, 동네에서조차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인생이 흔하다. 내가 누구랑 친하다고 하면서 세를 과시하지만 막상 좀 도와달라고 찾아 오면 “사실은 몇 다리 건너 아는 정도…”라며 꼬리를 내린다.


이론적으로야 정답도 이미 알고 있다. ‘이봐 해봤어?’라고 다그치지 말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넌지시 등두드려준다면 후배나 직원들이 얼마나 편할까.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와 더러는 피해의식으로 ‘번아웃 증후군’(Burn out syndrome, 심신이 지쳐 의욕을 상실함)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는 말은 골절 환자에게 걸어보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이론과 달리 선배나 상사라는 사람은 후배에게, 심지어 같은 솥밥을 먹는 가족 간에도 다정한 어법을 버리고 일방통행식 언어를 구사하는 게 보통의 한국인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돈을 더 벌어야 겠다는 욕심이 생기게 된 연유를 고백하자면 첫째는 늦둥이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산을 넘겨주고 싶어서다. 둘째는 돈 없어서 지금의 젊은 세대와 부닥치는 일이 없도록 시골에서 고즈넉하게 텃밭과 조상의 산소를 가꾸고, 꽃과 벌을 기르며, 서화를 하며 삶을 마감하고 싶어서다. 셋째는 돈을 많이 벌면 중간관리자를 두고 한참 연배가 낮은 어린 기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할 일이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결국 두번째, 세번째 이유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하겠다. 외딴 산간·도서에서 ‘자연인’처럼 살게 아니라면 돈이 있어야 한다. 늙어서는 말수를 줄이고 돈 보따리를 푸는 게 최고다. 그래야 대접받는다. 의식족이지례절(衣食足而知禮節) 아닌가.


미국 경영지 ‘포브스’는 대우받지 못하는 상사의 6가지 유형으로 △비논리적 지시 남발 △자기중심적 자화차찬 △자신에 대한 평판(악평) 무시 △죽 끓는 듯한 변덕 △결단력 부족한 결정장애 △실수에 대한 포용력 부족 등을 꼽았다.


세계적 윤리경영학자인 토머스 맬나이트 영국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 교수는 ‘리더의 신기술’이란 책에서 상사는 ‘카톡 지옥’을, 리더는 ‘토론 천국’을 만든다꼬 썼다. 또 상사는 ‘입’이, 리더는 ‘귀’가 열려 있다. 상사는 ‘단점’을, 리더는 ‘장점’을 극대화한다. 상사는 ‘사람’을, 리더는 ‘상황’을 장악하려 한다. 상사는 ‘편’을, 리더는 ‘팀’을 만든다. 상사는 ‘질문’이, 리더는 ‘굽힘’이 없다고 대조시켰다. 상사는 늘 ‘어떻게’와 ‘언제’를 묻지만 리더는 ‘무엇’과 ‘왜’를 묻는다. 또 상사는 최종 결과를 중시하지만 리더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런 명쾌한 분석들을 보면 반성할 게 많아 얼굴이 화끈거려진다. 꼰대가 되어 간다는 것은 결국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란 고사성어처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싫어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것은 죄악이다.


돌이켜보면 남보다 특출하게 살아보려고 별 궁리를 다해봤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실패를 전이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성취의 몇 장면이 있어 나를 존재케하고 나를 위로케 했으므로 후배들한테도 더 분투하라고 일러주고 싶은데 어법이 공손하지 못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부덕의 소치다.


꼰대가 되어 간다는 것은 과거에 연연하는 것을 버리지 못함이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창 잘 나갈 때 페이스를 지키지 못한 것에, 그 때의 영향력과 명예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이 초라함에 종종 좌절한다. 꼰대가 되어 간다는 것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 나와 나답지 않은 것이 더욱 명백하게 선을 긋고 불화하는 것이다. 즉 호불호가 강해지는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을 방도가 많지만 그 시작은 말수를 줄이고, 따스한 말을 건네는 것이다. 다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헛된 지식인으로 남을까 걱정된다. 지식을 지혜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절름발이에 그칠까 두렵다.

정종호 기자·약학박사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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